“제품이 아니라 예술품을 만들어 주시오.”
‘가나 초콜릿’의 50년 역사는 롯데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이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스위스 초콜릿 전문가를 초빙해 가나산 카카오로 초콜릿을 만들며 예술적 가치를 담아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출시 50주년을 맞은 가나가 신 명예회장의 뜻을 담은 특별 전시를 선보였다. 29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내 롯데뮤지엄에서 ‘아뜰리에 가나: since 1975 - 행복은 초콜릿으로부터’가 개막했다. 그라플렉스, 김미영, 코인 파킹 딜리버리, 박선기, 김선우 등 국내외 현대미술작가 5인이 참여해 가나 초콜릿을 각자 개성으로 재해석했다.
공개 하루 전 찾은 아뜰리에 가나에서는 친숙한 가나 초콜릿을 새롭게 경험하면서, 예술적 이미지를 입히고자 하는 롯데웰푸드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은은한 초콜릿 향기와 함께 ‘국민 초콜릿 가나’를 만날 수 있다. 처음 출시된 1975년부터 2025년까지 50년이라는 세월 동안 가나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박물관처럼 전시했다.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면 ‘유쾌한 가나’가 있다. 작가 그라플렉스가 시그니처 캐릭터를 통해 초콜릿이 주는 행복의 순간을 시각화했다. 도넛을 떠올리게 하는 볼드 캐릭터가 세련된 공간을 구성하면서, 초콜릿을 먹으며 웃고 떠들었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었다.
김미영 작가는 ‘부드러운 가나’를 동양화 기법에 유화를 접목한 붓 터치로 표현했다. 물감이 마르기 전 덧칠하는 ‘웻온웻’(wet-on-wet) 기법으로 초콜릿의 두께감과 부드러운 질감을 담아냈다.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영상으로도 담아내 일반 미술 전시회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붉은색 벽으로 조성된 전시 공간에서는 작가 코인 파킹 딜리버리가 참여해 ‘함께 나누는 가나’를 표현했다. 작가를 상징하는 캐릭터 ‘시라이상’이 초콜릿을 쪼개는 행위를 하트 모양의 설치와 페인팅 등으로 시각화해 관람객과 소통한다. 코인 파킹 딜리버리는 일본 작가로, 일본에서는 초콜릿 패키지가 주로 붉은색으로 출시된다고 한다.

체험하는 전시 공간도 있다. 국내 최정상 설치미술가인 박선기 작가를 통해 ‘경험하는 가나’를 만날 수 있다. 숯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박선기 작가의 작품 세계는 ‘생성과 소멸’로 설명할 수 있다. 숯을 판 초콜릿의 격자무늬처럼, 또 각도에 따라 다르게 펼쳐지는 동양화처럼 거대한 오브제로 조성했다. 나무를 태워 부가적인 것을 없애고 본질만 만긴 숯은 초콜릿 하나로 50년을 지속해 온 가나 초콜릿의 헤리티지(유산)와도 연결된다. 관람객들은 작품 사이를 자유롭게 걸어다니며 체험할 수 있다. 간결하면서도 거대한 오브제가 포토스팟으로도 인기가 많았다.
김선우 작가 작품에서는 ‘정통 초콜릿 가나’를 느낄 수 있다. 초현실적인 정글 속 도도새가 최상급 카카오를 찾아 탐험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의 신비로운 정글 이미지를 차용했다.
예술로 재해석된 가나 외에 가나 초콜릿의 기술력을 소개하는 자리도 있다. 롯데웰푸드는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카카오 원두(Bean) 수급부터 완제품 초콜릿(Bar) 생산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빈투바(Bean to Bar)'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초콜릿 제조 공정을 벽면에 시각화했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가나 초콜릿을 맛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예술적 교류를 나누는 살롱 문화에서 착안한 ‘가나 라운지’가 마련됐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조성됐고, 가나 초콜릿의 아트 컬렉션 신제품을 관람할 수 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반세기 역사를 가진 국민 초콜릿 가나의 헤리티지를 예술적 감각으로 재조명해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미래 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아뜰리에 가나는 6월 29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