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동기 대비 0.08%p 하락
중기·자영업자 대출문턱 높아질 우려
은행권 "조달비용 관리, 적극 방어"
국내 주요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일제히 하락했다. 기여도가 큰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지만 수익성에 외려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1분기 평균 NIM은 1.56%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64%) 대비 0.08%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의 1분기 NIM은 1.76%로 1년 전보다 0.11%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55%로 전년 대비 0.09%p 떨어졌고, 하나은행은 1.55%에서 1.48%로 내려갔다. 우리은행은 1.50%에서 1.44%로 하락했다.
NIM은 은행이 자산을 운용해 벌어들이는 이자수익에서 예금, 채권 등 조달비용을 뺀 뒤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비율로 금융사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예대금리차에 따른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2월 가계 예대금리차(정책금융 제외) 평균은 1.36%p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고 발표한 2022년 7월 이후 최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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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M 하락의 주요 원인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이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는 은행의 대출이자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예금과 채권 등을 통한 조달 비용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어서 수익성 압박이 심화된 것이다. 경기 둔화 여파로 부실채권(NPL) 증가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4대 은행의 NIM 하락은 금융지주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수익성이 악화하면 은행들이 배당금 규모를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수익성 방어를 위해 이들 은행이 고위험 대출을 더욱 신중히 취급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자금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국내 금융시스템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수익성이 떨어지면 은행들이 대손충당금 적립에 소극적일 수 있고, 경기 악화로 인한 충격을 흡수할 능력이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4대 은행의 NIM 전망은 어둡다. 현재의 금융환경에서 한은이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NIM에 대한 하방 압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은행들의 수익성 방어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이자이익 회복도 쉽지 않다. 금융당국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초과해 대출을 내줬을 경우 초과분을 다음 연도 목표치에서 삭감하는 페널티를 부과할 전망이다. 여기에 연체율 증가를 우려해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도 적극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종민 KB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대출 규제와 주택거래 둔화로 가계대출이 어렵고 경기침체로 신규 투자가 위축되면서 기업대출도 성장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4대 은행은 조달비용 절감, 비이자이익 확대,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NIM 방어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정빈 신한은행 CFO는 “조달비용 관리를 통해 NIM 하락 폭을 최대한 방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