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탠퍼드·MIT 협업…SK하이닉스 계약학과 선호 커져
현대차, 서울대 석사 과정 설립…LG, 인도 SW 인재 확보 공들여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은 기업들의 인재 확보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은 채용형 계약학과 신설부터 해외 명문대 공동 연구,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까지 ‘초격차 인재’ 선점에 사활을 걸었다. 더 이상 인재를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다. 기업들은 직접 키우고 글로벌 스카우트에 착수하는 등 인재 선점 게임에 돌입했다. 미래 산업 패권을 좌우하는 핵심 무기로 인재가 급부상한 것이다.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2026학년도 국내 첨단분야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선발은 13개 대학, 총 18개 학과에서 진행된다. 선발인원은 총 780명이다. 올해는 성균관대에 계약학과가 추가 설립됐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삼성SDI와 ‘배터리공학과’ 설립 협약을 맺고 10년간 매년 30명 규모의 신입생을 선발하기로 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국내 대학들과 산학 협력을 확대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서울대학교와 ‘AI 공동연구센터’ 설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인공지능(AI) 기술 및 제품 경쟁력 확보와 인재 양성에 나섰다. 과제에 참여하는 석·박사급 연구원을 대상으로 채용 연계 활동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연세대(시스템반도체공학과) △성균관대(반도체시스템공학과·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 △포항공대(반도체공학과) △대구경북과기원(반도체공학과) △광주과기원(반도체공학과) 등에서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 북미 명문대와 협업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로봇, 6세대(6G) 이동통신, AI 등 삼성전자가 혼자 개발하기 어려운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한편 해외 우수 인재를 미리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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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현재 △고려대(반도체공학과) △서강대(시스템반도체공학과) △한양대(반도체공학과) 등에서 반도체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운 실적 호조와 성과급 등에 힘입어 최근 SK하이닉스 계약학과 선호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한국고등교육재단을 통해 한국 학생들이 해외 교육기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오고 있다. 재단 설립 이래 약 1000명의 세계 유수 대학 박사 학위자를 배출했고 5000여 명의 인재를 양성했다.
현대차는 2023년 서울대와 ‘미래자동차모빌리티학과’ 설립 협약을 맺었다. 이 학과는 서울대가 기업과 협력해 최초로 설립한 채용조건형 석사 과정 계약학과다. 입학생은 2년간 석사 과정을 수료한 후 현대차에 입사한다. 지난달부터는 △재한 외국인 유학생 인턴십 △해외 대학 학·석사 인턴십 △해외 이공계 박사채용 등 글로벌 인재 채용도 진행 중이다. AI·데이터, 수소연료전지, 도심항공교통(AAM) 등의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LG그룹은 세계 최대 잠재시장인 인도에서 ‘인도 소프트웨어(SW) 연구소’를 중심으로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연구소 가운데 베트남 R&D법인(차량용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 개발)과 함께 가장 규모가 크다. 이 연구소에는 2000여 명의 현지 개발자가 웹OS 플랫폼, 차량용 솔루션, 차세대 소프트웨어(SW) 등을 개발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열린 ‘국회 미래산업포럼’ 기조연설에서 “한국의 고급인재는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결국 두뇌 순유출국이 된 것”이라며 “해외 고급두뇌를 더 유치해서 미래의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