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부담에 시장성 없어…합성니코틴에 눈 돌려
액상형 전자담배 특성 반영해 세금 재설계해야
담배업계가 천연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액상담배)에 대한 과세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 이들은 현행 과세 방식인 종량세(담배 용량에 따라 세금 부과)가 액상담배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는 만큼, 하루 빨리 종가세(담배 가격에 일정 비율 세금 부과)로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선 액상담배의 과세를 현실화 하지 않으면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합성니코틴 담배) 시장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27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천연니코틴 1mL 당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개별소비세 등을 더해 1799원의 세금(종량세)을 부과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천연니코틴을 사용하는 액상담배는 크게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일회용 액상담배(CVS) △오픈 시스템 베이핑(OSV) 중간 농도 니코틴 액상담배(MTL) △OSV 저농도 니코틴 액상담배(DTL) 등으로 나뉜다. 업계는 CVS, MTL, DTL 액상담배의 사용자 별로 하루 기준 각각 2mL, 4mL, 10mL 정도 액상을 소모한다고 추정한다.
CVS는 출력이 낮아 연무량이 적게 발생하지만 고농도 액상 니코틴이 사용해 적은 액상을 쓰고도 높은 흡연 만족감을 제공한다. 반면 MTL과 DTL은 출력이 커 연무량은 많지만 중간·저농도 액상 니코틴을 사용하기에 CVS보다 더 많은 액상이 필요하다. 겉으론 언뜻 같아보이는 액상담배라도 사용 기기와 액상 니코틴 농도에 따라 소모량이 각기 달라지는 것이다.
정부 측이 정한 일반담배(연초) 한 갑에 해당하는 액상담배 용량 기준치도 지정 기관마다 제각각이라 문제다. 2010년 액상담배에 대한 세율을 정할 당시 국회는 액상담배 1.6mL를 연초 한 갑과 동일하다고 기준을 세웠다. 하지만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mL를 한 갑으로 봤고, 2022년 질병관리청은 4mL를 한 갑과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4년 담배시장 동향'을 통해 액상담배 0.4mL가 연초 한 갑과 동일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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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업계는 소모량이 다른 액상담배의 특성을 반영, 현 종량세를 '종가세'(도매가의 50%)로 바꿔 세금 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 주요 국가도 액상담배에 대해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은 전체 주의 60%가량이 종가세(평균 도매가의 45.7%)를 채택하고 있고 중국 역시 종가세(도매가의 36%)를 적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액상담배 과세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합성니코틴 담배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현재 시중 베이프숍에선 액상담배 대신 합성니코틴 담배를 주로 판매 중인데, 액상담배에 대한 세금이 과해 시장성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합성니코틴 담배를 ‘담배’로 규제하지 않는다.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연초 잎이 원료로 포함한 것만 담배로 인정되기 때문.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개별소비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 각종 세금을 내지 않기에 액상담배보다 가격이 저렴해 흡연가의 선호도가 높다.
특히 합성니코틴 담배는 온라인과 무인자판기를 통해 판매 가능하며, 청소년에게 팔아도 사업자는 처벌 받지 않는 등 사회적 부작용이 크다. 국회에서 최근 합성니코틴 담배를 담배로 지정하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나, 일부 의원의 반대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김도환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부회장은 “한국은 합성니코틴 담배를 법의 사각지대에 둠으로써, 과도한 세율을 회피하고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방치하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액상담배에 부과하는 과세를 손 보고, 합성니코틴에 대한 규제도 강력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요국 사례를 따르는 것이 신종 담배의 등장에 따른 시장의 충격과 정부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며 “액상담배 판매 사업자들이 납세 가능한 세율로 변경해 국민 건강권과 청소년을 보호하는 동시에 건전한 시장 질서 마련이 시급한 때”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