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간부입니다” 믿었다가…진화된 ‘조직적 노쇼’에 당했다 [해시태그]

입력 2025-04-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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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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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대위입니다. 부대 회식 문의합니다.” 군기 바르고 점잖은 말투. 군부대 회식이라는 단체 손님 전화에 업주는 바로 20석을 잡아놓고 기다리죠. 그러나 약속 시간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도 반응은 없습니다. 최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급증하는 새로운 유형의 노쇼(No-Show·예약부도: 예약했지만 취소한다는 연락 없이 예약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인데요. 군 간부의 이름을 빌려 신뢰를 얻은 뒤 사라집니다.

실제 피해 사례는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데요. 울진에서는 한 남성이 군 간부로 속여 치킨집 두 곳에 각각 80마리와 40마리의 주문을 한 후 사라졌고, 제주에서는 해병대 간부라며 빵집에 녹차 크림빵 100개를 주문하고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충북 충주에서도 군 간부를 사칭해 국밥 50인분을 주문한 뒤 연락을 끊는 사례가 발생했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들 중 일부는 단순한 노쇼를 넘어 대량 음식을 주문한 후 “군부대 전용 거래처를 대신 결제하라”며 전투식량이나 식자재 등의 대리 구매를 요구하고 잠적하는 수법까지 사용됐는데요. 이는 명백한 조직적 사기 행위입니다.

피해 업주들은 이 노쇼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반복되는 패턴이라고 입을 모으는데요. 부대명과 직책을 밝힌 뒤 단체 예약을 하고, 예약 상황을 확인하는 추가 전화까지 합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025년 1월 기준, 군 간부를 사칭해 소상공인에게 단체 주문을 넣고 잠적한 사건이 전국적으로 총 76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피해는 부산, 인천, 울산, 경기남·북부, 강원, 충남·북, 전남·북, 경북, 경남 등 12개 시·도경찰청에 집중됐고요.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에 따르면 전국에 접수된 ‘군 빙자 대리구매’ 사기 관련 올해 초 누적 피해 건수는 226건에 달합니다.

이들의 수법은 먼저 전화로 “군 간부인데 부대 행사에 쓸 식사를 준비해달라”고 한 뒤 대량 주문을 넣습니다. “전투식량이나 간편식 등을 외부 거래처에서 구매해야 하는데, 부대 사정상 부득이하게 먼저 결제를 해달라”고 요구하죠. 심지어 허위 공문(위조된 부대 직인 포함)을 전달해 신뢰도를 높입니다. 간부와 가족 회식용 술, 캐비어 등 고가의 음식도 준비해야 한다며, 군부대와 거래하는 업체를 소개해주겠으니 먼저 결제하고 대금을 청구하라고 요구하기도 하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단체주문 이후 “대리구매를 해달라”며 자영업자가 거절하기 어려운 심리를 이용해 돈을 송금하게 하는데요. 업주가 10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 상당의 상품을 외부 계좌에 송금하면, 연락을 끊고 사라지는 방식입니다. 일부는 특정 브랜드의 이름을 내세워 정식 계약처럼 오인하게 만드는데요.

이로 인해 실제 금전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도 다수 발생했죠. 단순 노쇼를 넘어서 피싱형 조직 사기 사건으로 확대된 건데요. 진화된 노쇼이자 조직적 노쇼에 경찰도 수사를 확대했습니다. 관련 수법으로 인한 피해 금액은 약 19억 원에 달하죠.

경찰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사기 등의 혐의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며, 일부 사건에서는 실제 피의자가 검거되어 구속 수사 중입니다. 위조 공문, 명의도용, 허위 전화번호 사용, 선결제 유도, 외부 거래처 지정 등 조직적인 피싱 사기단과 유사한 방식이 다수 확인되고 있죠. 경찰은 해외에 본사를 둔 조직의 지시를 받고 국내 조직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요. 총책 검거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제도도 플랫폼도 따라가지 못하면서 현재 자영업자들은 사칭형 노쇼에 거의 무방비 상태인데요. 군 간부 사칭자들은 전화 한 통으로 전국 어디서든 장난을 칠 수 있죠. 경찰은 이러한 사칭 노쇼에 대해 “의심이 될 경우 부대 공문 요청이나 선결제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역 식당에서 군부대에 전화해 신원을 확인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결국, 신뢰에 의존하는 예약 구조 자체가 악용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피싱범죄 노쇼뿐 아니라 자영업자들에게 닥친 ‘노쇼 현실’ 더 심각한데요. 노쇼는 이제 자영업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고질병이 됐습니다.


(출처=오픈AI 챗GPT)
(출처=오픈AI 챗GPT)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전국 외식업주 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78.3%가 최근 1년간 노쇼 피해를 겪었습니다. 그중 85.5%는 보상금 청구조차 하지 않았는데요.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가게 이미지 손상 우려(23%), 연락 두절(20.3%), 동네 장사라서(17.6%) 등이었죠. 예약금 제도를 도입한 업주는 단 9.4%에 불과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노쇼로 인한 연간 매출 손실을 4조5000억 원, 고용 손실을 10만8000명으로 추정한 바 있죠.

노쇼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문제입니다. 식자재 폐기, 시간 낭비, 심리적 스트레스, 다른 손님을 놓치는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수치화가 어렵죠. 특히 자영업자가 자신의 노동력과 생계를 직접 연결해 일하는 구조에서는 한 번의 대형 노쇼가 한 달 치 매출에 타격을 주죠.

일부 업주들은 예약 보증금제를 도입해 노쇼를 방지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이를 시행한 업소에서는 노쇼율이 10%에서 1%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보고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소규모 동네 식당이나 전화 위주의 예약 구조에선 적용이 어려운 데다 보증금을 요구하면 ‘불친절하다’는 인식이 생기거나, 손님이 이탈하는 경우가 나오면서 이도 쉽지 않죠. 소비자와 자영업자 간 균형이 필요한 지점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또 앞서 설명한 피싱 노쇼 외에는 사실 경찰 수사도 쉽지 않은데요. 단순 예약 노쇼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죠. 이에 업주들은 자력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거나, 커뮤니티 차원의 경고 리스트를 공유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군 간부 사칭 예약 시 대화 스크립트 공유’라는 게시물까지 게재되고 있죠. “20명 예약인데 사단장도 옵니다”라는 문장에 모두 비웃음 섞인 반응도 달리는데요. 어찌 보면 단순 노쇼는 처벌이 어려웠던 그 틈새가 그들의 먹잇감이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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