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파운드리 모두 지지부진”… 수장 바꾼 삼성전자, 반도체 얼마나 위기길래

입력 2024-05-21 13:54 수정 2024-05-2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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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부회장, 삼성전자 DS부문장으로 전격 임명
초격차 무색… HBM 등 경쟁사에 밀려
시장 수요 맞는 차세대 제품으로 부활 노려

삼성전자가 원포인트 인사로 반도체부문(DS) 수장을 전격 교체한 건 현재 위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기둥 사업이었던 반도체에서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인공지능(AI)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경쟁사에 크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파운드리 역시 업계 1위인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지는 형국이다.

전영현 신임 DS부문장 부회장의 선결 과제로는 단연 반도체 사업 실적 회복이 꼽힌다. 지난해 삼성전자 DS 부문은 1분기 4조5800억 원, 2분기 4조3600억 원, 3분기 3조7500억 원, 4분기 2조1800억 원 등 4분기 연속 손실을 내 누적 적자가 약 15조 원에 달했다. 다만 올해 1분기에는 시장 수요 회복 등으로 1조9100억 원의 이익을 내며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적자 상황으로 반도체 부문 직원들은 올해 초 이례적으로 초과이익성과급(OPI)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간 DS부문은 매년 초 연봉의 50%가량의 OPI를 받아왔다. 또 다른 성과급 제도인 목표달성장려금(TAI) 역시 지난해 하반기 DS부문의 지급률은 기본 12.5%로, 상반기(25%) 대비 반 토막 났다. 성과급 미지급에 불만이 커지면서 DS부문 직원들의 노조 가입도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 HBM3E 12단 제품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HBM3E 12단 제품 (사진제공=삼성전자)

이러한 실적 악화 배경에는 반도체 사이클 다운턴(하락 국면)에 따른 메모리 수요 감소 등 불가항력적인 원인이 크지만, HBM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크게 뺏겼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생성형 AI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다. 가격 역시 일반 D램의 3~5배, 개당 수익률은 D램의 5배가 넘는 고부가 제품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은 38%로, 1위인 SK하이닉스(53%)보다 크게 뒤처졌다.

무엇보다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게 뼈아팠다. 10년 전부터 HBM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온 SK하이닉스는 4세대 HBM인 HBM3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며 몸집을 크게 키웠다. 3월에는 5세대 HBM인 HBM3E(8단)도 공급하면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간 사업 협력 관계가 더 끈끈해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경계현 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은 3월 정기 주주총회 자리에서 HBM에서 한발 늦었다는 지적에 관해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파운드리 시장 역시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와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4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11.3%로, TSMC(61.2%)와의 점유율 격차는 직전 분기 45.5%포인트(p)에서 49.9%p로 더 벌어졌다.

2022년 메모리 가격 급락 시기에 '감산'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주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업계는 잇따라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감산에 들어갔으나, 삼성전자는 유독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도체 불황의 골이 예상보다 깊어지자 삼성전자는 2023년 1분기에 메모리 감산에 동참한 바 있다.

▲삼성전자 9세대 V낸드 제품 (자료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9세대 V낸드 제품 (자료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시장 수요에 맞는 차세대 제품으로 부활을 노리고 있다. HBM에서는 HBM3E 이후 시장 탈환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을 2분기에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대규모언어모델(LLM)용 AI 칩 '마하-1'도 개발해 연말부터 양산한다.

삼성전자는 고성능 낸드플래시 제품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업계 최초로 290단 수준의 1Tb(테라비트) 트리플레벨셀(TLC) 9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하반기에는 쿼드레벨셀(QLC) 기반 제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QLC 제품은 TLC보다 하나의 셀에 더 많은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어 저장 성능이 대폭 향상된다.

현재웅 삼성전자 상품기획실 상무는 이날 뉴스룸에 공개된 V낸드 기획·개발 담당 임원 인터뷰에서 “AI용 고용량 스토리지 서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목표는 시장의 흐름을 읽고 고객의 요구사항을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적기에 제공하는 것이다. QLC 기반 제품을 개발해 AI용 고용량 스토리지 시장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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