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엔저에 쪼개진 일본…현지인은 못 먹는 와규

입력 2024-05-19 14:43 수정 2024-05-1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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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슈퍼엔저에 세계 경제 6위로 추락할 수도”
저렴한 물가 즐기는 해외 관광객
실질임금 낮아진 일본인과 대비
올해 엔화 가치, 달러당 10% 이상 하락
국가 자존심 상처 입는단 지적도

▲사진은 일본 도쿄의 한 신사 앞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사진은 일본 도쿄의 한 신사 앞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싱가포르에서 일본을 방문한 30대 관광객 앤드루 웡은 최근 셰프들이 눈앞에서 직접 구워주는 최고급 고베 소고기 부위를 맛봤다. 저녁 식사 비용은 약 175달러(약 24만 원)였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몇 블록 떨어진 다른 식당에서는 교사인 60대 마츠바라 츠토무가 낮은 등급의 소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먹고 있었다. 그는 지척에 있는 최고급 레스토랑에 대해 “그곳은 외국인들을 위한 공간”이라며 “엔화 약세 때문에 그들에게는 여전히 저렴할 것”이라고 푸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최근 달러당 155엔대로 추락한 엔화 가치 때문에 일본이 이렇게 두 개의 국가로 나뉘고 있다고 짚었다. 외국인들은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등을 사용해 부유한 생활을 만끽하지만, 극심한 엔저로 지갑이 얇아진 일본인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WSJ는 꼬집었다.

도쿄의 고급 쇼핑 지구인 긴자 등지에서는 해외 관광객들이 저렴한 물가에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지만, 이곳의 일본인들은 대부분 서빙과 청소를 하며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격차는 일본 고베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급 쇠고기인 와규와 같은 고급 소비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 묘사는 1960년대 이후 2010년대 중국에 그 지위를 빼앗기기 전까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을 마치 개발도상국처럼 느끼게 한다. 물론 일본은 현재에도 여전히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4위다. 다만 그럼에도 ‘슈퍼 엔저’가 계속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마노 히데오 다이이치생명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곧 인도와 영국에 추월당해 세계 GDP 6위로 떨어질 수 있다”며 “일본의 쇠퇴 추세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일본 경제는 엔화 약세와 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에 소비자 지출이 감소하면서 2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갔다. 올 들어 지금까지 미국 달러당 엔화 가치는 10% 이상 하락했다.

달러로 무장한 관광객들이 현지인은 누릴 수 없는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국가 자존심이 상처를 입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극심한 엔저가 최근 강달러와 대비되면서 미국과 대비되는 경제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자국 경제를 ‘세계 최고’라고 칭하면서 “강달러가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의 건전한 경제 성장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도쿄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인력거 사업을 벌이는 한 소상공인은 “엔화 가치가 일본의 가치를 나타낸다면 너무 낮다”고 우려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통화 약세로 인한 긍정적 측면에 주목하면서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니시오카 신이치 일본종합연구소 경제학자는 “엔화 약세로 인해 연료 등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일본 기업들이 엔저를 이용해 수출을 더 늘릴 수 있다면 엔화는 자연스럽게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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