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아이들은 부모가 고프다

입력 2024-02-07 05:00 수정 2024-02-0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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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응, ‘돈으론 안돼’ 학습
부모·아이 함께하는 ‘시간’ 절실
출산정책 아닌 가족정책 전환을

엄마 아빠는 언제 우리랑 놀아줄 거야?

두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K씨 부부. 두 사람이 출근을 위해 집에서 나서는 시간은 아침 8시다. 출근 준비에 아이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집을 나선다. 아이들의 등교 준비는 근처에 사시는 할머니 몫이다. 오후 6시. 칼퇴근을 했지만, 집에 도착하면 7시다. 한 사람은 어질러진 집을 대충 치우고 나머지 한 사람은 저녁 식사를 차린다. 하루종일 떨어져 있었던 아이들은 저녁밥보다 부모가 더 고프다.

놀아달라고 칭얼대는 아이들을 달래가며 대강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식탁에 온 가족이 모이니 벌써 8시가 다 돼 가는 시간이다. 저녁을 먹고 치우면, 이제는 아이들 잘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다. 이들 부부가 아이들과 온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은 하루 중 1~2시간 남짓이다.

일하는 부모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일까. 흔히 ‘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때문인지 나라도 기업도 애만 낳으면 ‘돈’을 주겠다고 나선다. 한 기업은 아이를 낳으면 출산 지원금 1억 원을 준단다. 이미 지자체들은 ‘출산장려금’이 만병통치약인 듯 아이 한 명당 ‘돈’을 내걸고 있다. 돈을 준다는데 싫지는 않다.

하지만 일하는 부모들은 알고 있다. ‘돈’보다 절실한 것이 ‘시간’이라는 것을. 그런데 정부가 일하는 부모를 위해 아이들을 돌봐주는 ‘시간’을 늘려 준다고 나섰다. 원하는 초등학생은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돌봄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단다. 뭔가 이상하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원하는 것인데, 부모들이 회사에서 더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것만 같다.

몇 해 전 본지는 창간 12주년 특별기획 시리즈 ‘아기발자국을 늘려라’로 저출산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취재에 나선 바 있다. 당시 필자도 TF팀에 참여했다. TF팀에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현실적이고 타당한 대책을 제안하기 위해 전 세계 저출산 해결의 롤 모델로 자리 잡은 북유럽 국가들을 직접 찾았다. 필자는 핀란드와 스웨덴을 취재했다.

당시 취재를 위해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핀란드의 한 가정을 찾았다. 국제 커플인 P씨 부부 역시 맞벌이였다. 한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아내가 매일 아침 아이를 학교와 유치원에 보냈다. 한국 부모들이 이미 출근했을 시간인 9시에도 유치원 앞은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 부모들로 북적였다.

하원·하교는 남편 담당이었다. 퇴근 시간이 오후 4시여서 여유롭게 아이들을 데리고 올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오후 핀란드 거리에서는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스웨덴 역시 비슷했다. 스웨덴에서는 일을 하다가도 자녀가 아프면 엄마든 아빠든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개인 휴가가 아닌 ‘돌봄 휴가’를 쓰는데, 돌봄 휴가는 1년에 14일 정도 주어진다고 했다. 회사 업무는 당연히 오후 4~5시면 끝났다.

당장 북유럽국가처럼 바꿀 수는 없다. 무엇보다 북유럽국가의 정책이라고 해도 다 맞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우리 시각을 한번 돌아볼 필요는 있다. 그간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정책을 보면 경제학적 시각에 치우친 경향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나라가 위기여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논리 구조 속에서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경제적 지원 역시 중요하지만, 출산과 육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요인들도 그만큼 중요하다.

행복하지 않아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기에 앞서 엄마와 아빠, 가족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가족의 가치를 먼저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하는 ‘출산 정책’이 아닌,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속 행복한 국민을 만드는 ‘가족 정책’이 고려돼야 한다.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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