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리딩방에서 핀플루언서까지....진화하는 불공정의 세계[자본시장의 公敵]②

입력 2023-11-2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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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 이름은 이부진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는 최근 상속세를 내기 위해 대출을 받았는데, 제 재산의 대부분이 부모님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되었고, 제가 개인적으로 창출한 부를 더 많이 창출해야 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됐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송 모(45) 씨는 얼마전 SNS 피드를 구경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운영하는 계정이라는 말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해당 계정에는 “언젠가는 아버지의 (재산의) 절반 수준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주식시장에 진출해 국민에게 혜택을 주고 싶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박 모(33) 씨는 얼마 전 유명 ‘핀플루언서’가 운영하는 채널이란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 “○○○주식을 사라.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일생일대의 기회를 잃게 된다.”라는 투자 권유에 속아 고점에 투자를 했는데 다음날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이른바 가짜 ‘핀플루언서’에 속은 것이다.

“유명인 사칭 SNS 기승”

유명인과 ‘핀플루언서’를 사칭하는 불공정거래 세력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유명인과 ’핀플루언서’의 영향력에 기대 손쉽게 투자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 후 사칭 계정의 이름을 바꿔가며 범죄를 지속하는 불법행위가 늘고 있다. ‘핀플루언서’는 ‘금융(Financial)’과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합성어로, SNS를 통해 금융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을 말한다.

2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SNS에서 유명인을 사칭한 광고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유튜버 슈카, 방송인 유재석,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개그맨 황현희 등이 노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사칭 계정들은 공통적으로 ‘내가 추천한 주식이 지난주에 급등했다’며 주식 리딩방으로 안내하는 행태를 보였다. ‘개인 상담 문의’, ‘공식 채널’, ‘상담 전용 계정’, ‘무료 상담’ 등의 문구를 달고 유명인들의 사진 등을 도용해 유명인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일으킨다.

유명인을 사칭한 SNS 불공정행위가 기승을 부리자 정부도 부랴부랴 점검에 나선 상태다. 지난달 2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유명인 사칭해 불법 금융투자업을 영위한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시정 요구 의결 및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이달 7일에는 ‘민생침해 경제범죄정보’를 연말까지 중점 모니터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칭을 통해 유료 VIP 멤버십 가입을 유도해 고액의 피해를 입힌 리딩방 운영업자들도 속속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국세청이 취약계층을 상대로 상식 밖의 폭리를 취하거나 신종 수법을 활용해 지능적 탈세를 한 민생침해 탈세혐의자 105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 결과 이들 중 41명은 주식·코인 리딩방 운영업자로 확인됐다.

이들은 주식 리딩방 운영업체를 통해 ‘수익률 300% 보장’, ‘미공개 폭등 작전주 정보’ 등 허위광고로 투자자들을 ‘유료 VIP 멤버십’에 가입토록 유도했다. 또 가격 변동성이 큰 코인의 특성을 악용해 ‘코인 급등 장면’ 등 자극적인 개인방송으로 ‘해외 코인 선물’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 수익과 투자 성공사례를 언급하면서 수백억을 뜯어낸 불법 리딩방 운영업자들도 최근 대거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수사 결과 6개 조직 49명이 가짜 리딩방을 운영한 사기 혐의로 포착됐다. 이들은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투자전문업체를 사칭해 오픈채팅방을 만들고, 불법 개인정보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초대해 가짜로 만든 가상자산 사이트로 안내했다.

이들은 투자사이트를 실제와 같이 꾸미고 30여 차례 이름을 바꿔가며 운영을 지속, 총 254명에게 151억 원 규모의 사기를 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원들이 일인다역으로 전문가인 척 속이며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의 피해규모는 200만 원에서 4억3000만 원에 까지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를 입은 직군에는 금융업 종사자, 보험설계사, 컴퓨터 강사 등도 포함됐다.

지능화한 자본시장 범죄세력

다른 한편에선 한국 자본시장이 주가 조작세력의 놀이터가 됐다. 주가조작 방법은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기존에는 손쉽게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고, 단기간 주가 등락이 가능한 종목을 주로 노렸다. 이에 비해 라덕연 일당은 유통 물량이 적고, 자산가치가 있는 종목을 타깃으로 삼았다.

하한가 사태로 파문을 일으킨 영풍제지, 대양금속 사태. 영풍제지 사태에서는 소수 계좌로 통정거래를 하면서 장기간 주가를 끌어올리는 신종 방식이 쓰였다. 라덕연 일당이 ‘차액결제거래(CFD·투자상품을 보유하지 않으면서 차후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만 정산하는 장외 파생상품)’를 활용했다면, 영풍제지, 대양금속의 경우 증권사 미수거래를 통해 피해 규모를 키웠다.

경영권 인수과정에서 조작하는 일은 벌어졌다.

카카오가 그 주인공이다. 검찰은 지난 13일 카카오의 에스엠(SM) 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의 인수를 막기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받는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대표를 구속기소 했다.배 대표는 카카오그룹의 인수합병(M&A)을 주도해 온 인사다. 올해 2월 SM엔터 경영권을 놓고 경쟁하던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약 2400억 원을 투입해 주가를 높인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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