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낙농산업, 무한경쟁서 살아남기 위해선 비용 줄여야

입력 2023-10-11 06: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우리나라 낙농업계는 2013년 시행된 생산비 연동제 덕분에 격변하는 시장에서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 지난 10년 동안 생산비 연동제가 낙농업계에 따뜻한 온실을 제공하는 사이 온실 밖은 냉혹한 시장경제 원리가 덩치를 키웠다.

해외로부터 유제품이 쏟아져 들어왔고, 소비자들은 값싼 수입산으로 눈을 돌렸다. 시장에서 불패로 여겨지던 우유마저 매년 조금씩 시장을 잃었다. 직접 이해당사자인 농가와 유업체도 이 상황을 잘 알고 있었지만, 무엇 하나 고치기가 쉽지 않았고 주도적으로 나서지도 않았다. 설상가상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학교우유급식을 시작으로 우유 소비가 급격히 감소했고, 우유 소비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군장병마저 기호로 우유를 선택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낙농산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기치를 들고 변화의 전면에 나선 곳은 농가도 유업체도 아닌 정부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차관이 주재하는 '낙농산업 발전위원회'를 운영하며 2021년 8월부터 그해 12월까지 낙농산업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이듬해 초부터 2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산업발전을 위한 논의는 아무런 진전 없이 교착상태에 접어들었다. 여론은 싸늘했고, 생산비 연동제가 수명을 다하는 순간이 목전에 왔음을 인지한 이해관계자들은 그해 9월 낙농산업 발전을 위한 대타협을 이뤘다.

지난 20여 년간 유제품 소비는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치즈, 버터, 아이스크림 등 유가공품 소비가 빠르게 증가한 반면, 흰우유와 같이 마시는 우유의 소비는 지속해 감소하는 중이다. 이로 인해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이 2001년 63.9㎏에서 2022년 85.7㎏으로 지난 20여 년간 34.1% 증가했다. 유가공품이 27.4㎏에서 53.8㎏으로 96.4% 증가한 반면, 마시는 우유는 36.5㎏에서 31.9㎏으로 오히려 12.6% 감소했다. 이러한 유가공품의 소비 증가와 마시는 우유의 소비 감소는 앞으로도 저출산 등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해관계자 합의를 통해 시행 중인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격변하는 소비시장에 대응하는 현명한 선택이 분명하다.

소비가 증가하는 유가공품과 그 원료를 대부분 수입하는 상황에서 국산 원유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시는 우유 중심의 가격결정 방식을 개선해야 했다. 기존의 생산비 연동제가 생산비만 고려해 마시는 우유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원유가격을 결정했다면, 새롭게 시행 중인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마시는 우유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원유와 유가공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원유를 구분해 가격을 다르게 결정한다. 여기에 원유가격을 결정할 때 생산비와 함께 우유 소비시장의 변화까지 반영한다. 특히, 우유 소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감소하면 생산비가 오르더라도 원유가격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결과, 올해 진행된 원유가격 협상에서는 생산비가 ℓ당 115.76원 상승했으나 원유가격은 88원만 인상될 수 있었다. 과거 생산비 연동제를 적용했다면 원유가격은 ℓ당 최소 104원, 최대 127원 인상돼야 했다. 또 예년이라면 8월 1일부터 원유가격을 인상했어야 하지만 생산자는 고물가 상황에서 추석을 앞둔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10월 1일부터 인상하는 데 동의했다. 유업계도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대형마트 900~1000㎖ 흰우유의 판매가격을 3000원 미만으로 결정했다. 생산비가 115.76원 올랐지만, 원유는 88원, 흰우유는 100원 정도 올랐다.

일부 언론은 원유와 우유가격 인상으로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기사를 쏟아내는 중이다. 이러한 언론의 반응은 국내 우유가격이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소비자 인식의 반영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면 어려움에 처한 낙농산업의 해법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가 명확해 보인다. 시장경제에서 가격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정부는 농가의 생산비를 낮추는 등 낙농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테스크포스(TF)팀을 통해 중장기 발전방안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TF에서 어떤 주제를 다룰지 알지 못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시장개방 확대로 국산 원유와 유제품의 가격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면, 그리고 머지않아 무한경쟁 시장이 펼쳐진다면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는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이어야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2024 스타벅스 여름 e-프리퀀시', 겟하는 방법 [그래픽 스토리]
  • 뉴진스 안무가도 "이건 뭐 죄다 복붙"…아일릿 저격
  • 알리·테무의 공습…싼값에 샀다가 뒤통수 맞는다고? [이슈크래커]
  • 애플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 내달 한국 출시
  • 장원영 향한 악의적 비방…'탈덕수용소' 결국 재판행
  • 스승의날 고민 끝…2024 스승의날 문구·인사말 총정리
  • '10억 로또' 래미안 원펜타스 분양일정 드디어 떴다…7월 중 예정
  • 금감원, 홍콩 ELS 분조위 결과...배상비율 30~65% 결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5.1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6,857,000
    • -0.38%
    • 이더리움
    • 4,065,000
    • -1.09%
    • 비트코인 캐시
    • 604,500
    • -0.17%
    • 리플
    • 703
    • -0.57%
    • 솔라나
    • 201,900
    • -1.13%
    • 에이다
    • 604
    • -0.49%
    • 이오스
    • 1,068
    • -2.11%
    • 트론
    • 177
    • +1.14%
    • 스텔라루멘
    • 144
    • -0.69%
    • 비트코인에스브이
    • 83,500
    • -2.28%
    • 체인링크
    • 18,160
    • -3.04%
    • 샌드박스
    • 578
    • -0.3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