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교권 보호 없이 공교육도 없다

입력 2023-07-24 06:00 수정 2023-08-1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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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사회경제부장
▲김동선 사회경제부장
서울 서초구에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학교 안에서 생을 마감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또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교사가 다른 학생들이 있는 교실에서 남학생에게 폭행당해 전치 3주 진단을, 인천에서도 특수학급 담임교사가 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전치 6주 진단을 받은 사건이 잇따라 알려졌다.

잇단 교사 사망·폭행 사건은 그동안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쉬 말하지 못했던 교권 보호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종로에서는 교사들이 모여 숨진 교사를 추모하면서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 교사는 “언젠가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도 그럴 것이 2년차 새내기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은 교육현장에 켜켜이 쌓인 구조적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과거 학교는 폭력이 난무하던 비문명의 현장 자체였다. 영화 ‘친구’에서 ‘니 아부지 뭐 하시노’라며 팔을 걷어 뺨을 때리는 정도는 실제 학교에서도 일상다반사였다. 대걸레, 지휘봉 등 상상할 수 없는 온갖 물건들이 체벌 도구로 쓰이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군사부일체’는 그림자도 밟지 못하던 시절이었으니 비록 ‘폭력’ 선생님이라 하더라도 눈감고 따르던 게 현실이었다. 그런 미개 사회가 불과 수십 년 전이었는데 문명시대라 믿는 지금 교권 추락의 현실은 참담하다.

최근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가장 방해하는 것은 아이들의 잘못을 바로잡는 훈육을 아동학대로 ‘드잡이’하는 학부모의 태도다. 부모가 이러니 아이들도 그것이 폭력인 걸 아는지 모르는지 교원평가에서 선생님들에 대한 입에 담지 못할 성희롱성 ‘품평’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리 분별 못하고 제 자식만 감싸는 그릇된 학부모의 민원이 갑질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교사 커뮤니티에는 학부모로부터 심한 욕설과 협박을 받았다는 사례가 빗발치고 있다.

그래서일까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고발·고소 건수는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실제 경기교사노조가 전국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했더니 최근 5년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고발돼 수사를 받은 교사가 무려 1252명에 달했다. 수개월에 걸친 송사에서 무혐의가 나더라도 그 과정에서 교사들이 겪는 고통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동학대는 신고만으로도 관계자들이 수사 대상이 되다 보니 정상적인 선생님들의 교육활동마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명백한 아동학대는 걸러내야 하지만 최소한의 교육활동 보장 차원에서 교사에 대해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단을 떠나는, 떠나겠다는 선생님들도 덩달아 많아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5년 초중등학교 교사 명예퇴직자 수는 879명이었지만 2021년에는 6954명으로 7.5배가량 급증했다. 교사노조가 지난 5월 교원 1만137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87%가 최근 1년간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눈과 귀는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쏠린다. 이 부총리 역시 일련의 이번 사태를 엄중하고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이 부총리는 지난주 시도교육감 감담회에서 “교권이 무너지면 공교육이 무너진다”며 “교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교육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공교육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교권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공교육 정성화’라는 기치는 공염불이 될 게 자명하다. 그렇다고 폭력이 난무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교사 사회가 건강해야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 한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이 부총리의 말처럼 교권 보장이 공교육의 첫걸음이다.

김동선 사회경제부장 matth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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