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느라 쓸 돈 없다”…가계대출 300만 명, 생계유지 곤란

입력 2023-07-0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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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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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갚느라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나가기 힘든 가계대출자가 30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75만 명은 소득보다 원리금 상환액이 더 많아 소비 여력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 차주(대출자) 수는 1977만 명, 전체 대출 잔액은 1845조3000억 원에 이른다. 한은은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차주 수와 대출 잔액은 각 4만 명, 15조5000억 원 줄었다. 다만 감소율은 0.2%, 0.8%로 미미했다. 1인당 평균 대출 잔액도 3개월 사이 9392만 원에서 9334만 원으로 0.6%(58만 원) 감소했다.

전체 가계대출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40.3%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평균 DSR은 40.6%로, 2018년 4분기(40.4%) 이후 4년 만에 40%대로 올라섰다가 현재까지 내려오지 않고 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가계대출자들은 평균 연소득의 40% 정도를 금융기관에서 진 빚을 갚는데 써야 한다는 뜻이다. DSR은 대출자가 한 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다.

특히 DSR이 100% 이상인 차주도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175만 명(1977만명 중 8.9%)에 이르는 가계대출자의 연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과 같거나 소득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 비중은 2020년 3분기(7.6%) 이후 2년 6개월 동안 오름세를 보였다.

DSR이 70% 이상, 100% 미만인 대출자(6.3%·124만 명)까지 더하면 DSR 70% 이상 대출자 수는 299만 명(15.2%)까지 불어난다.

사실상 300만 명의 대출자가 원리금 부담으로 생계 곤란을 겪고 있는 셈이다. 당국과 금융기관은 DSR이 70%가량이면 최저생계비만을 빼고 거의 모든 소득을 원리금 상환에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으로 간주한다. 차주 수가 아닌 대출 잔액 기준으로는 DSR 70% 이상인 가계대출의 비중이 1분기 말 현재 41.4%(70∼100% 12.2%+100% 이상 29.2%)에 육박한다.

여러 곳에서 최대한 돈을 끌어쓴 대출자들의 DSR은 더 심각하다.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는 1분기 말 226만 명으로 작년 4분기와 같다.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과 1인당 평균 잔액은 각 31조2000억 원, 1억2898만 원으로 추산된다. 3개월 사이 2000억 원, 152만 원 줄었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DSR은 62.0%로, 직전 분기보다 0.8%포인트(p) 떨어졌지만 여전히 소득의 6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

다중채무자 수와 대출 잔액의 각 29.1%(129만 명), 53.5%(307조8000억 원)가 ‘DSR 70% 이상’에 해당했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취약 차주’는 1분기말 현재 DSR이 평균 67.0%다. 1인당 평균 대출액이 3개월 사이 7474만 원에서 7582만 원으로 늘어나면서 DSR도 66.6%에서 0.4%p 더 높아졌다.

취약차주 37.3%(46만 명)의 DSR이 70% 이상이었고, 이들의 대출은 전체 취약차주 대출액의 68.0%(64조3000억 원)를 차지했다.

생계가 곤란한 가계대출자가 늘어난 건 코로나19로 인해 부동산·주식 등 자산투자와 생활고 등으로 가계대출은 크게 불어난 데다 2021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금리 상승이 이어지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결과다.

대출 상환 부담으로 연체율이 오르면서 금융불안은 커지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에서 각 0.30%, 1.71%로 나타났다.

은행권 연체율은 2019년 11월(0.30%) 이후 3년 6개월 만에, 비은행권 연체율은 2020년 11월(1.72%)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취약차주의 가계대출이 비은행금융기관에 집중되면서 최근 연체율이 가파르게 올랐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계대출 연체율이 금융권 전반에서 오르고 있다”면서 “2020년 이후 취급된 대출의 연체율 상승 압력은 비은행금융기관에서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은은 “가계대출 연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과 정부·감독당국의 신규 연체채권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고정금리 대출 비중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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