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 보증,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돼서야

입력 2023-02-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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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보증공사(HUG·허그)가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대위변제액)이 지난달 1692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523억 원과 견줘보면 3.2배 증가한 수준이다. 전세보증금 반환제도의 허점을 노린 사기행각이 기승을 부리는 데다 전국적인 집값 하락으로 ‘깡통전세’가 속출하는 현실이어서 공사의 부담이 급속히 늘고 있다고 한다.

이 제도는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때 보증보험에 든 주택에 한해 공사가 먼저 지급해 주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환수하는 골격으로 짜여 있다. 사회적 약자인 세입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선의의 제도라는 점을 의심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대위변제 규모가 비탈을 구르는 눈덩이처럼 급격히 커지니 탈이다. 과연 지속 가능한 제도인지 의구심이 들 지경이다. 실제, 대위변제 규모는 지난해 7월 564억 원에서 9월 951억 원, 10월 1087억 원 등을 거쳐 지난달 1700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부풀었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규모가 2조 원 안팎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대위변제 규모만 걱정인 것도 아니다.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사고 규모는 1조1731억 원이고, 공사가 대신 돌려준 금액은 9241억 원이다. 이 중 공사가 임대인에게 회수한 금액은 2490억 원에 그쳤다. 회수율이 고작 21%다. 공사는 지난해 1000억 원가량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한다. 공사의 순손실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낮은 회수율이 공사의 체력도 현저히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전세 사기 예방방안을 발표했다.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한 전세가율 기준을 90%로 낮추고 전세 사기에 가담하는 감정평가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공사의 보증여력을 확충하는 보완책도 가다듬고 있다. 제도상 허점을 보완하지 않고서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행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도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형국을 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안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전세 사기범이나 무책임한 임대인이 수익은 사유화하고 부담은 사회화하는 현행 구조를 근본부터 손보지 않으면 문제 해결은 기대난이다. 전세보증금 반환제도만 볼 일도 아니다. 차제에 전세자금대출제도를 비롯한 관련 제도를 모두 탁상 위에 올려놓고 원점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선의로 포장된 허점을 메워야 비로소 우리 고유의 전세제도가 정상 작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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