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수요 매우 강하고 실업률 최저...주택시장도 안정세
연준, 긴축 기조 두고 물음표 생겨
미국의 경제 지표가 예상을 깨고 선전을 이어가면서 시장은 물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인플레이션 둔화로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에 연초 랠리를 이어갔던 시장은 다시 긴축 우려로 위축됐고, 연준 역시 금리 인상 시나리오를 놓고 고뇌에 빠지게 됐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더 많은 전문가가 미국 경기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연준은 물론 전문가들은 연준이 지난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성장과 고용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인상을 통해 인위적으로 성장과 고용시장을 둔화시켜 물가를 잡는다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 침체 시나리오는 최근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예상과 달리 미국 경제의 양호함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소비지출 등 일부 지표가 약세를 나타내고는 있으나 대체로 놀라울 정도로 양호한 지표들이 많다.
실제로 미국 고용주들은 올해 1월에만 51만 개가 넘는 신규 일자리(비농업)를 새로 창출했고, 주택시장은 모기지 금리 상승에도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 수준을 유지하며 안정되거나 심지어 회복 조짐까지 보였다.
가계 지출 지표 등 일부가 둔화하긴 했지만 크게 의미를 둘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지니아와 캘리포니아, 뉴욕, 매세추세츠 주 등 12개 이상의 주(州) 정부가 지난해 말 주민들에게 세금환급이나 경기부양 자금을 풀면서 소비 여력이 아직 남아 있다고 판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표에서는 최근 몇 달간 물가 상승을 뛰어넘는 임금 상승 추세도 나타났다. 실업률 또한 3.4%로 196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그만큼 미국 경제가 강한 회복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나 이러한 회복력이 연준의 긴축 시나리오에서는 문제가 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연착륙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연준이 기대하는 수준으로 물가를 낮추는 과정에서 경제 성장과 고용시장이 꺾이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더 공격적인 긴축으로 대응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하향 조정했다. 동시에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지, 더 나아가 연착륙을 넘어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인지에 물음표가 생기게 됐다. 특히 연준의 기준금리가 물가를 잡는 데 효과적인 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바클레이스의 아제이 라자드하크샤 거시경제연구 책임자는 "그들이 (연준은) 미국 노동시장이 얼마나 견고한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면서 "지금까지 미국 경제는 예상치 못한 회복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연준 인사들의 매파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8일 "고용 증가는 소득과 소비자 지출로 이어져 앞으로 몇 달 동안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승 압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은 이제 서비스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보육에서부터 외식에 이르기까지 각종 서비스 가격이 인플레이션에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번 주 "주택 서비스를 제외한 다른 서비스 부문에서 아직 '인플레이션 완화(disinflation)'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