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땀과 열정보다 투기를 지원하는 나라

입력 2022-1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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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진 중소중견부장

‘대기업과 금융권은 괜찮은데 중소기업, 중소 자영업자, 개인 부채 비율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수년간 지속돼 왔다. 이 부분들이 우리 경제에 시한폭탄이라는 우려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위기는 금융권에서 시작됐다. 외환위기도 그랬고, 카드 사태, 저축은행 사태, 최근 채권시장까지 1990년대 이후 국가경제 전체를 흔든 사고는 모두 금융이 그 중심에 있었다.

외환위기는 종금사에서 시작됐다. 당시 종금사들이 일본 등 해외에서 낮은 이자의 단기 자금을 빌려와 국내 기업과 동남아에 중장기 고리 대출로 돈을 벌었다. 그러다 1994년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해외에서의 단기 저리 자금 조달이 막혔다. 들어오는 외화는 없고 종금사 등 금융권이 해외에서 빌린 자금 상환을 위한 외화는 빠져나가기만 하니 외화 보유액이 바닥나면서 IMF 구제금융까지 받게 됐다. 그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당시 정부는 250조 원의 국민 세금을 써 이들을 구제하는 데 사용했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50조 원에 달하는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금융권은 이후 20여 년 지난 현재까지 억대 연봉을 받는 최고의 직장으로 거듭났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미성년자들에게까지 신용카드 발급을 남발했고, 결국 카드 사태로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다.

금융과 부동산 건설 경기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정부는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고 있다. 공기업인 LH가 삼성전자, 애플보다 더 높은 30%대 이익을 내고 아파트를 판다. 1조5000억 원 아파트 분양 사업에서 8000억 원대의 이익을 낸 시행사가 대장동만 있을까.

시행사, 시공사, 금융기관까지 모두 부동산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낸 것은 고스란히 전 국민에게 그 피해가 돌아온다.

2000년대 초반 제일 많은 연봉을 주던 직장이 3000만~3500만 원이었다. 최근에는 초봉이 가장 높은 직장이 6000만~7000만 원대라고 한다. 20여 년 사이 가장 높은 연봉을 주는 직장의 경우 두 배가 올랐지만, 아파트 가격은 4~6배가 올랐다. 목동의 27평형은 2000년대 초 대비 10배가 올랐다. 이렇게 10배 오른 아파트가 서울에 수두룩하다.

돈 놓고 돈 먹기 식 투기판을 벌이던 이들은 어려움을 겪으면 언제나 그렇듯 정부에 손을 내민다.

채권시장은 올해 중반부터 부동산 PF를 기초로 만든 ABS(단기유동화증권)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뇌관으로 터질 것이라는 우려로 살얼음판이었다. 게다가 이미 작년부터 전문가들은 중소형 증권사의 부동산 PF가 제2의 저축은행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음을 울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조 원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인 증권업계는 부동산 PF 업무과장, 차장들에게 수십억 원의 연봉을 주고, 전 직원들에게도 보너스를 뿌리며 돈잔치를 벌였다.

여러 경고음을 무시하면서 하루살이로 살다 죽는 불나방처럼 증권사를 비롯한 제2금융권은 부동산 PF 수익만 바라보고 달렸다. 외환위기 직전 종금사들이 단기 자금을 빌려 중장기 대출로 돈을 벌다가 사고를 쳤듯이, 단기채권에서 자금을 돌려 몇 년이 걸리는 부동산 PF 대출로 사용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구제해 주겠다고 할 때, 1조~3조 원 정도 지원하는 것도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하던 여론은 단기 자금을 통해 위험이 큰 중장기 부동산 PF에 돈놀이를 하던 증권사 등 2금융권을 위해 정부가 50조 원 플러스알파를 채권시장 안정 자금으로 지원하는 것에는 조용하다.

금융권의 하루살이 불나방 행태로 인한 여파는 중소기업, 자영업자 그리고 일반 국민 전반으로 퍼져 나갈 것이다. 특히 앞으로 잔뜩 움츠러들 것이 뻔한 금융권은 중소기업 자금 숨통을 옥좨 흑자 기업들마저 부도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이제는 돈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문제가 되는 금융사나 전 국민을 투기에 끌어들이려는 건설업자를 국민의 세금으로 도울 때가 아니다. 땀과 노력, 열정으로 대한민국을 지탱하고 있는 기업, 특히 중소기업 중심의 정부 정책과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skj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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