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비싸게 사고, 제품 싸게 팔아”…4월도 막막한 중소기업

입력 2022-04-04 05:00 수정 2022-04-0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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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에 위치한 한 단조공업 공장에서 볼트와 너트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들이 적재돼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충남 천안에 위치한 한 단조공업 공장에서 볼트와 너트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들이 적재돼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생산할 수록 적자, 경영위기"…대기업과 단가 협상도 결렬
공장가동 중단 업체 잇따라…"납품단가연동제 마련 시급"

#1일 경상북도 경주에 위치한 A 단조공업 공장의 생산장비들이 멈춰섰다. 이 공장은 단조의 핵심 소재인 합금강과 탄소강을 녹여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원자잿값 인상으로 인해 대기업 간의 단가 협상 결렬로 생산 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A 단조공업 대표는 전했다. 대표는 “자동차를 뼈대를 완성하는 엔진 부품과 변속기 부품 등 여러 종의 제작을 제작하지만 생산할수록 적자 커지는 구조를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B 화스너공업 중소기업은 공장가동률을 30%로 떨어뜨렸다. 이 공장은 스테인리스강(STS)을 소재로 볼트와 너트를 생산한다. 공장가동률 평균 80%를 유지하던 공장이 이를 30%까지 줄인 이유는 최근 STS 생산에 쓰이는 니켈 값이 5배 급등하면서다. B공업 대표는 “주로 대기업에서 STS를 납품 받아왔지만 니켈값 상승으로 납품 물량은 줄어들고 단가도 올라가 생산에 한계가 생겼다”고 토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자잿값이 급등한 가운데 뿌리기업인 단조와 파스너 공업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제조 중소기업인 레미콘, 플라스틱, 골판지, 전선 업계 등 전 업종이 경영애로를 겪는 중이다. 대전 대덕구 C 레미콘 공장도 최근 레미콘 생산 가동을 중단했다.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는 레미콘 기사들의 파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레미콘 중소기업들은 운반 기사들의 무기한 파업과 시멘트를 비롯한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영 위기에 처했다. C 중소 레미콘업체 대표는 “물가 인상분에 대한 업계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는 상황에 빠졌다”고 말했다.

2년 전보다 가격이 7배 급등한 유연탄을 비롯해 니켈, 철강, 목재, 펄프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중소기업을 전방위적으로 옥죄고 있다.

3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원자재값 및 유가 급등과 물류 애로, 대금결제 중단 등으로 제조 중소기업의 각종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 중 원자재 가격 상승은 가장 심각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5일부터 22일까지 31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4월 경기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소기업 경영애로의 핵심 원인은 ‘원자재값 인상’이었다.

중소기업들은 주요 경영 애로요인 조건으로 내수부진(59.6%)과 원자재 가격상승(50.3%)을 꼽았다. 수치상 내수부진이 경영애로의 큰 원인이지만 지난달 지수와 비교하면 원자재값 인상이 큰 폭 상승했다. 내수부진은 0.1%p 늘어난 반면, 원자재 가격 상승은 4.1%p 증가해 가장 높은 상승치를 기록했다.

▲경남 밀양에 위치한 한 열처리 중소기업 공장에서 단조품들의 열처리가 진행 중이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경남 밀양에 위치한 한 열처리 중소기업 공장에서 단조품들의 열처리가 진행 중이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이에 따라 4월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도 84.7로 전월대비 0.2p 하락했다. SBHI가 100 이상이면 긍정적으로 응답한 중소기업 많다는 것을 나타내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쉽게 말해 중소기업들이 4월 경기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오락가락한 국제 정세에 따라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에게 돌아가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소재공급업체·납품처인 대기업들이 높은 가격에 원자재를 팔고 저렴한 가격에 중소기업 제품을 사들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원자재값 인상 부담을 중간에 낀 중소기업들이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계는 ‘납품단가연동제’가 필요하다고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 납품단가연동제는 하도급 계약기간중 원부자재 가격이 변동될 경우 이를 반영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 납품단가를 인상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2007년부터 주장해 온 이 제도는 원청업체인 대기업의 반발과 개별 중소기업들의 산업 이탈이 야기돼 아직까지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박권태 한국단조공업협동조합 전무이사는 “단조공업 시장에선 탄소강과 합금강을 제공하는 대기업들은 2개밖에 없어서 굉장한 단순한 구조인데도 단가 협상에선 을”이라며 “이렇게 먼저 단순한 산업부터 납품단가연동제를 시행해 복잡한 산업까지 이어질 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중소레미콘 업체들은 시멘트·모래·자갈·경유 등 모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기존 대비 60% 이상 부담을 겪고 있지만 대응책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난 대선 기간 모든 후보들이 납품단가연동제에 대해 동의한 만큼 하루 빨리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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