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철수 정치’ 오명에도 안철수가 단일화 꺼내든 이유

입력 2022-02-13 17:28 수정 2022-02-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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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공은 이제 윤석열 후보에게 넘어갔습니다. 윤 후보 측은 단일화는 거절하면서도 협상의 여지는 남겨뒀습니다. 
 (뉴시스)
▲단일화 공은 이제 윤석열 후보에게 넘어갔습니다. 윤 후보 측은 단일화는 거절하면서도 협상의 여지는 남겨뒀습니다. (뉴시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야권 단일화를 제안했습니다. 정권교체가 목표가 아니라며 단합 가능성에 선을 긋던 기존 입장을 바꾼 겁니다.

역시나 했더니 역시나 하는군요.

단일화 제안을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반응입니다. 변수가 아닌 상수로 받아들인 모습이네요. 안 후보의 정치적 행보 때문입니다. 2011년 정치에 입문한 그는 선거 때마다 단일화 전략을 썼습니다. 성공할 때도, 실패할 때도 있었죠.

안 후보가 ‘철수 정치’란 오명 속에서도 단일화 카드는 꺼낸 이유는 뭘까요. 과연 이번엔 ‘안일화(안철수로 단일화)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혜성 같던 지식인’ 단일화로 정치 시작…박원순에게 ‘통 큰 양보’

안 후보가 단일화 공을 띄운 이유를 알려면, 그의 걸어온 길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2010년대 ‘안랩’을 이끌며 서울대에서 교수를 하던 그는 성공한 기업가이자, 존경받는 지식인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타의에 이끌려 201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판에 등장했습니다. 기성 정치에 질려 있던 유권자들에게는 혜성 같은 존재였죠.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며 확실한 당선이 눈앞에 보이던 9월 초. 갑자기 안 후보는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출마를 양보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단일화를 발표하죠.

안 후보는 당시 “박 변호사를 만나 그분의 포부와 의지를 충분히 들었다. 단일화에 대한 아무런 조건도 없다. (저는) 출마하지 않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통 큰 양보’라고 칭찬했습니다. 기성 정치에서 흔히 하던 ‘권력 나눠 먹기’가 없었거든요. 두 사람은 17분 만의 면담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입니다. 무명의 정치인이었던 고 박 전 시장은 53%의 득표율로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46%)를 제치고 서울 시장이 됐습니다.

문재인과 단일화 논의 중 사퇴…‘철수 정치’ 오명의 시작

▲2012년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당시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습니다. 룰을 두고 파행이 거듭됐는데요. 결국 안 후보는 대선을 며칠 앞두고 문 후보 지지선언을 한 뒤 돌연 사퇴했습니다.
 (뉴시스)
▲2012년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당시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습니다. 룰을 두고 파행이 거듭됐는데요. 결국 안 후보는 대선을 며칠 앞두고 문 후보 지지선언을 한 뒤 돌연 사퇴했습니다. (뉴시스)

그로부터 1년 뒤, 안 후보는 대통령 선거에 뛰어듭니다. 하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에게 대선판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30~40%의 지지율을 얻으며 대세론을 일으켰습니다. 그에 반해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안 후보는 10~20%의 지지율밖에 못 얻었죠.

2012 4월, 예상 밖 총선 실패로 위기의식이 휘몰아친 야권은 선거를 50일 앞둔 시점에서 안 후보에게 단일화 협상을 공식 제안했습니다.

2주가 흘러 협상단이 꾸려졌지만 룰을 두고 난항이 계속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권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죠. 안 후보에게 “기성 정치와 뭐가 다르냐”며 비판했습니다.

결국 안 후보는 “더 이상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문 후보를 지지한 뒤 돌연 사퇴했습니다. 그리고 대선날 미국으로 떠나버렸죠.

이 결과도 우리가 아는 대로 입니다. 박 후보가 52%의 표를 얻으며 문(48%)를 제치고 18대 대통령이 됐습니다. 단일화 후보가 승리하지 못한 최초의 대선입니다.

안과 손잡으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백전백승?

2013년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 후보는 당선과 함께 본격적인 여의도 정치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길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탈당과 창당, 연이은 낙선으로 입지는 점점 좁아졌죠. 19대 대선에 나왔지만 3위에 그쳤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고 박 전 시장에게 졌습니다.

결국 안 후보는 지난해 3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또다시 단일화 카드를 꺼냈습니다. 하지만 10년 전과 같은 ‘통 큰 양보’는 없었습니다. 여론조사 대상, 비율, 문구 등을 두고 국민의힘과 의견 차를 보이며 파행을 거듭했죠.

우여 곡절 끝에 경선을 치렀지만, 승기는 오세훈 후보가 잡았습니다. 그 결과 오 후보는 58%의 득표율로, 39%에 그친 당시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서울 시장이 됐습니다.

‘대세론’ 없는 대선판에 등장한 단일화 이슈…안일화의 꿈 이뤄질까?

(출처=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SNS)
(출처=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SNS)

‘철수 정치’란 오명을 안고 있는 그가 10%대 지지율 속에서도 단일화 카드를 꺼낸 이유는 간단합니다. 막판 반전을 노리는 겁니다.

이전 몇몇의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긴 적이 있거든요.

물론 현실도 반영됐습니다. 독자 출마로 완주한다 해도 득표율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넉 달 뒤 있을 지방선거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안 후보의 정치적 입지까지 흔들릴 수 있죠. 수백억 원에 달하는 선거비용(득표율 15% 이상이어야 보전)도 부담일 겁니다.

공은 이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반응은 이 대표의 SNS 글에서도 알 수 있듯 뜨뜻미지근 합니다. 그가 제안한 국민경선 방식 때문인데요.

경선 압승이 뻔하지만, 윤 후보 측은 양보를 바라고 있습니다. 역선택 때문입니다. 윤 후보와 이 후보는 오차 범위 내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데요. 혹여 단일화 과정에서 신경전이 벌어지면 표가 민주당 쪽으로 쏠릴 수 있습니다.

윤 후보 측은 단일화 제안은 거절하면서도 협상의 문은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양우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민경선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오히려 역행할 위험이 있다”라면서도 “안 후보가 야권통합을 위한 용기있는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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