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다. 임금 인상과 성과금, 정년 연장 등 다양한 쟁점이 맞물리고 있어서다. 노동조합은 파업 절차를 밟으며 사 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8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지부에 따르면, 전날 전체 조합원 4만8599명을 대상으로 쟁의 돌입 여부를 물은 결과 83%가 찬성해 파업이 가결됐다. 파업권을 확보하려면 아직 중앙노동위원회 판단 절차가 남았다. 중노위가 노사 견해차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중노위는 12일께 조정 중지 결정 여부를 판단한다.
노조는 쟁의권을 얻는다 해도 즉시 파업에 돌입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사 측이 교섭에서 추가 제시안을 내놓도록 압박하는 차원에서 쟁의권을 우선 확보했기 때문이다. 사 측 역시 8월 초로 예정된 여름 휴가 이전에 교섭을 타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분규 없이 교섭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사 측이 추가 교섭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노조는 파업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쟁의 행위가 현실화하면 현대차 노조는 3년 만에 파업하게 된다. 2019년에는 파업 투표를 가결했지만, 한일 무역분쟁 여파로 실행하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파업 투표를 하지 않았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임금 9만9000원(정기ㆍ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금 지급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생산을 이어가며 경쟁사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거둔 만큼, 임금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사 측은 △기본급 5만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00%+300만 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 원 △10만 원 상당의 복지 포인트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회사가 최근 들어 최고 수준의 임금과 성과급을 제시했는데도 노조가 파업 수순을 되풀이하고 있어 유감이다”라며 “지난해 영업이익 33.6% 감소, 올해 상반기 반도체 대란으로 7만 대 생산 차질 등을 고려하면 전향적으로 제시한 것”이라 밝혔다.
이에 노조는 “지난해 다른 대기업과 공기업이 임금 인상과 풍족한 성과급을 지급할 때도 현대차 조합원은 사회적 어려움에 같이하고자 무분규로 임금을 동결했다. 더 이상 희생은 안 된다”라고 반박했다.
올해 새로 설립된 사무연구직 노조도 사 측 제시안이 충분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건우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조 위원장은 조합원에게 “성과금은 합리적 산정 기준을 통해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는 우리 노조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면 이렇게까지 임직원의 분노가 들끓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무직 노조는 대표노조(금속노조 지부)의 파업 움직임에 대해서도 “사회적 비용의 부담이 결국 우리에게 돌아왔다”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한국지엠(GM) 노조도 파업 절차를 밟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 지부는 10차례에 걸친 교섭에도 사 측이 제시안을 내놓지 않자 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조합원 76.5%의 찬성으로 쟁의 행위를 가결했다. 현대차처럼 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노조는 △임금 9만9000원 인상 △통상임금의 150% 성과금 지급 △코로나19 극복 격려금 400만 원 △각종 수당 신설 및 인상 등을 요구했다. 요구안이 그대로 수용되면 1인당 1000만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교섭도 마무리 짓지 못한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최근 교섭대표를 선정하고 사 측에 교섭 재개 공문을 보냈다. 르노삼성 노조는 사 측의 기본급 동결 요구에 반발해 5월 내내 전면파업을 벌였다. 노사가 다시 협상을 시작하게 됐지만, 기존 임단협 요구 사항 외에도 총파업 기간 무노동ㆍ무임금 문제와 영업사업소 추가 폐쇄 등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며 교섭에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