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노인 소비시장서 지배적 역할 전망
의료 서비스·여행·명품·보험 등 주목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소비 둔화가 세계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르다.
전 세계 자산 관리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고령층의 소비 물결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면서 ‘노인 소비’를 주요 투자 테마로 삼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부유한 고령층이 의료 서비스와 명품 등에 대해 엄청난 수요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노인들이 인터넷을 강제로 접하면서 전자상거래와 소셜미디어 사용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65세 이상 인구는 전 세계에서 2050년까지 지금의 두 배인 15억 명 이상으로 증가, 고령층의 경제적 영향력을 대폭 확대할 전망이다. 월드데이터랩은 전 세계 노년층의 총지출 규모가 지난해 약 8조4000달러(약 9370조2000억 원)에서 향후 10년 동안 14조 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노인 소비시장에서 지배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에는 지난해 2조2000억 달러였던 65세 이상 인구의 소비가 2030년에는 3조4000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같은 기간 중국의 고령층 지출은 7912억 달러에서 2조1000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일본이 7328억 달러에서 8710억 달러, 독일이 4721억 달러에서 6608억 달러로 각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투자회사 J스턴&컴퍼니의 크리스토퍼 로스바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구 고령화와 관련된 많은 문제가 가속화했으며 이를 긴급히 해결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며 “그러나 이제 우리는 노인들이 경제성장과 투자의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기대 수명이 증가하는 반면, 계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는 출산율은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14억 인구 대국인 중국이 3자녀 허용으로 사실상 산아제한을 폐지했지만, 이는 고령화 추세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뿐이라는 분석이다.
팬데믹 이후 급증할 노인 소비와 관련한 테마로는 △억눌린 의료 수요 △여행과 럭셔리 제품 △인터넷 사업과 보험 등이 꼽혔다. 먼저 암 진단부터 고관절 대체수술, 백내장 수술에 이르기까지 전염병으로 억눌렸던 의료 수요가 폭발할 전망이다. IHS마킷은 올해 전 세계 헬스케어 지출이 8조8000억 달러로 전년보다 5.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직접 상담이 줄어들면서 타격을 받았던 보청기 시장도 올해에는 매출이 정상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행업계와 명품업계도 현금이 두둑한 노인들의 지원으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로스바흐 CIO는 “일반적인 요점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구매력이 증가하고 제품의 양이 아닌 질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라며 “LVMH와 주류 업체 디아지오 등의 반등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계획되지 않은 조기 은퇴가 급증함에 따라 건강과 고용 위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보험회사들도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위스 대표 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전략가들은 중국과 같이 상대적으로 보급률이 낮은 시장에서 보험사들의 성장 잠재력을 예상하고 있다.
새롭게 인터넷 세계에 합류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사업도 전망이 밝은 분야로 꼽혔다. 로스바흐 CIO는 “소셜미디어나 화상회의 앱을 처음 사용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락을 취하거나 전자상거래, 배달서비스를 사용한 모든 부모와 조부모를 생각해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