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노매드랜드' 자국 출신 오스카 수상에도 중국이 조용한 이유는?

입력 2021-04-27 15:18

중국 국적으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클로이 자오 감독이 25일(현지시각)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매드랜드(Nomadland)'로 감독상,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막상 중국의 SNS와 언론에서는 자오 감독 관련 내용을 찾기 힘들다.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연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큰 화제가 된 우리나라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자오 감독이 만든 노매드랜드는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감독상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이 영화는 살던 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하면서 지역의 우편번호조차 사라지고, 남편도 떠나보낸 중년의 여성 펀이 홀로 밴을 타고 노매드(nomad·방랑자)의 삶을 시작하는 여정을 담은 영화다. 한인 이민자를 다룬 영화 '미나리'와는 달리, 중국 관련 내용이 전혀 없는 작품이다.

▲중국 국적으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클로이 자오 감독이 25일(현지시각)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매드랜드(Nomadland)'로 감독상,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국적으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클로이 자오 감독이 25일(현지시각)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매드랜드(Nomadland)'로 감독상,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로이터연합뉴스)

자오 감독 수상 소식, 중국 당국에 의해 검열·삭제

자오 감독의 수상 소식은 중국 당국에 의해 검열되거나 삭제되는 것으로 보인다. 자오 감독은 중국 국적이면서도, 중국에 비판적인 내용을 영화에 담지도 않았다.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은 26일 오전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 계정에 "축하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자오 감독의 수상 소식을 담은 중국어 인터넷 기사를 게시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총영사관이 올린 글은 삭제됐다.

웨이보의 한 네티즌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자오 감독 수상 소식뿐만 아니라 오스카 관련 글도 삭제되고 있다"며 "(그녀의 수상에) 중국이 침묵을 선물했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도 "노매드랜드와 클로이 자오는 웨이보에 없지만, 그녀가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사실이며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에서는 사설을 통해 자오 감독을 수상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글로벌타임스는 "영화가 너무 미국적이어서 중국 시장에선 성공하기 어렵다"며 수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자오 감독은 2013년 미국 잡지 필름메이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있는 곳"이라며 "나는 영국에 가서 나의 역사를 다시 배웠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자오 감독은 2013년 미국 잡지 필름메이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있는 곳"이라며 "나는 영국에 가서 나의 역사를 다시 배웠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자오 감독 "중국은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있는 곳" 발언 알려져 파문

지난 2월 자오 감독이 같은 영화로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을 당시, 중국 매체와 네티즌들은 환호했다. 이후 이들이 돌아선 이유는 자오 감독의 과거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부터다. 자오 감독은 2013년 미국 잡지 필름메이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있는 곳"이라며 "나는 영국에 가서 나의 역사를 다시 배웠다"고 밝혔다. 자오 감독은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났지만, 영국과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자오 감독의 영화가 지난 2월 골든 글로브상을 수상했을 때, 중국 대중들은 그녀를 응원했다"면서도 "이후 사람들은 그녀가 과거 중국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던 인터뷰에 대해 알게 됐고, 그녀에 대한 의견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은 이제 긴장된 관계에 있으며, 두 사회를 민감하게 만들고 있다. 만약 유명한 미국인이 중국에 있는 동안 미국을 비난한다면, 미국인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오 감독의 발언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자, 중국 본토는 물론 홍콩 일부 TV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았다. (출처='노매드랜드' 포스터)
▲자오 감독의 발언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자, 중국 본토는 물론 홍콩 일부 TV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았다. (출처='노매드랜드' 포스터)

중국·홍콩,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 안 해…"미국 문화에 대한 견제 움직임"

자오 감독의 발언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자, 중국 본토는 물론 홍콩 일부 TV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았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공산당 선전부가 본토 모든 매체에 “오스카를 실시간 중계하지 말고, 시상식 보도도 축소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여기에는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가 이유 중 하나 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홍콩 시위를 다룬 노르웨이 다큐멘터리 '두 낫 스플릿'(Do Not Split)이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도 중국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두 낫 스플릿은 노르웨이 출신인 앤더스 해머 감독이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부터 지난해 6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까지의 과정을 담은 35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1일 중국의 아카데미 시상식 보이콧을 전하면서 자오 감독의 발언뿐만 아니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미국 문화에 대한 중국 내 견제 움직임이 원인이 됐다고 보도했다.

자오 감독이 연출한 마블의 신작 '이터널스'(올해 11월 개봉)의 중국 개봉이 어렵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배우 마동석이 출연하기도 하는 이터널스의 흥행에 있어 세계 1위 영화 시장인 중국 시장은 필수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노매드랜드도 본래 23일부터 중국에서 상영 예정이었으나 지난주 갑자기 개봉이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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