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021회계연도(2020년 10월 1일~2021년 9월 30일) NDAA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 제출한 거부권 서한에서 “불행하게도 이 법안은 국가의 중대한 안보 조치를 포함하지 못했고, 참전용사를 비롯한 우리 군의 역사를 존중하지 못하는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법안은 한국과 아프가니스탄, 독일 등에서 병력을 철수할 수 있는 대통령의 능력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며 “총사령관으로 대통령의 권위를 대체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전했다.
7400억 달러(약 820조 원) 규모의 법안에는 미군 급여 인상과 더불어 주한미군 병력을 현 2만5000명에서 그 이하로 줄일 경우 최소 90일 전에 의회에 통보해야 하는 의무도 포함됐다. 사실상 병력 감축에 제한을 둔 것으로, 그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감축 주장에 반대해온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둔병력 감축안은 독일과 아프가니스탄에도 해당된다.
미 의회는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에 대해 무효투표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은 엄청나게 무모한 행위”라며 “28일 거부권을 무효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효투표는 상·하원이 각각 진행하며,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획득하면 거부권을 막을 수 있다. 투표가 불발될 경우 60년 만에 처음으로 NDAA 법안이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되지만, 앞서 상원이 84대 13이라는 압도적인 찬성표로 법안을 통과시킨 만큼 재의결에 힘이 실린다.
이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부양책과 연방 정부 예산을 담은 2조30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안도 거부권 행사 위기에 처했다.
양당의 치열한 논쟁 끝에 어렵사리 합의점을 찾아낸 예산안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경우 연방 자금은 28일 고갈되고 내주 초부터 셧다운에 돌입하게 된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 아니면 서명만 거부하는 것(시간 끌기)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며 “하지만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자신에게 예산안을 제출하지 않는다면 차기 정부에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만약 거부권 행사가 아닌 단순 시간 끌기라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일반적으로 의회가 휴회 기간인 상태에서 대통령이 이미 통과된 법안에 10일 내로 서명하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이를 포켓 거부권이라고 하는데, 다음 회기인 내년 1월 3일 전에 서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의회도 특별한 대책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NBC방송은 “이 같은 시나리오라면 의회는 다시 연방정부의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며, 코로나19 경제부양책도 무효화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