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사의 표명 배경은…대주주 요건·추경·재정준칙 등 사사건건 당청이 제동

입력 2020-11-0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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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정책 결정서 여당 의견만 반영…기재부, 단순 재정 집행기구 전락

"선거 앞두고 여당 입김 커질 수밖에"

문재인 정부에서 정치가 정책을 덮는 왜곡된 여당과 정부 관계를 고려할 때,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의 표명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 주요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재정당국으로서 여당의 협의 대상이었던 기재부는 현 정부에서 단순한 집행기구로 전락했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주요 재정정책을 여당이 강행하는 과정에서 기재부의 위상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홍 부총리 사의의 표면적 배경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변경이다. 홍 부총리와 기재부는 애초 계획대로 내년부터 대주주 기준 보유액을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추려 했으나,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10억 원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견만 반영된 것이다. 여당과 청와대와의 힘싸움에서 밀린 홍 부총리는 결국 사의라는 마지막 수를 빼 들었다.

주요 현안에 있어 당정 간 갈등이 발생하고, 여당의 주장대로 정책이 결정된 건 이번뿐 아니다. 3월 1차 추경을 편성할 때, 여당의 증액 요구를 홍 부총리가 반대하자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홍 부총리의 거취를 압박했다. 홍 부총리는 “거취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맞섰고, 결국 추경안은 정부안대로 처리됐다. 하지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에서 기재부는 ‘선별 지급’을 추진했으나 민주당은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다. 이후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지급됐다.

지난달 기재부의 재정준칙 도입을 놓고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집단으로 반발했다.

사실 기재부의 재정준칙 도입은 지난해 ‘국가채무비율 마지노선 논란’의 연장선상이다. 지난해 5월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홍 부총리는 급격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상승에 우려를 내비쳤다. 지난해 국가채무비율은 37.7%였는데, 그간 재정당국은 채무비율 40%를 재정건전성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당·청의 의지로 확장적 재정정책이 이어지면서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43.9%로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 기재부가 재정준칙을 내놓자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또다시 홍 부총리의 거취를 압박했다.

이후 4차 추경안 편성에 대해서도 기재부는 재정건전성 등을 이유로 반대했으나, 당·청은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는 수준에서 추경 편성을 강행했다.

국무총리 출신이자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의원이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뒤엔 정치논리가 경제를 지배하는 상황이 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홍 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주요 경제부처 수장들을 소집해 “현장과 정책 사이에 괴리가 있는 만큼 현장을 더욱더 챙겨야 한다”고 질책했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은 ‘대주주 요건’이라는 단일 현안보단 기존의 당정 관계에서 누적된 불만의 표출로 보는 게 적절하다.

가장 큰 문제는 홍 부총리의 거취와 관계없이 한동안은 왜곡된 당정 관계를 바로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문제는 당연한 측면이 있다”며 “정권은 임기가 정해져 있지만, 정당은 계속 존재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당과 청와대, 정부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안 그대로 청와대의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목소리도 커지니 정부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이번 정부에선 여당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높아서 과거보단 여당이 정부를 통제하는 문제가 덜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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