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투자가 달궈놨던 지방 분양권 시장 '마피 찬바람'

입력 2020-08-24 16:13 수정 2020-08-2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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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폭탄' 우려에 매물 쏟아져…법인 매도 8278채로 올 들어 최대

충북 청주시 북문로3가 ‘청주행정타운 코아루 휴티스’ 아파트 주변 부동산 시장은 요새 뒤숭숭하다. 올 연말 입주를 앞뒀지만 그 전에 분양권을 처분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저층부에선 3년 전 분양가보다 1000만 원 저렴한 물건도 나온다.

석 달 전만 해도 청주 주택시장은 방사광 가속기 유치 등 개발 기대감으로 한껏 달아올랐다. 법인 매매가 특히 활발해 지난달까지 청주 아파트 1968채를 법인이 사들였다. 법인은 이미 완공된 아파트뿐 아니라 분양권까지 활발히 매매했다.

6월부터 대부분의 청주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그다음 달엔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세율이 모두 인상됐다. 상당구 방서동 D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외지인, 법인이 많이 샀는데 규제 영향이 크다”며 “입주를 앞두고 취득세 부담을 느끼는 쪽에서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원정 투자가 한껏 올려놓은 비(非)수도권 분양권 시장이 규제로 찬물을 맞았다. 외지 투자자와 법인은 규제를 피하려고 밑지고서라도 매물 처분을 서두르고 있다.

강원 원주시 단구동 ‘원주단구 내안애 카운티 에듀파크’ 상황도 비슷하다. 6월 입주를 시작했는데 빈집이 적잖다. 대부분 외지 투자자가 분양권을 가진 집들이다. 2년 전 약 2억4800만 원에 분양한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현재 호가가 2억2360만 원까지 낮아졌다.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셈이다.

올 1월 전체 919가구 가운데 516가구가 미분양이었던 이 아파트는 4월 완판에 성공했다. 지역 부동산 시장에선 외지 투자자의 힘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고 외지 투자자가 출구 전략을 모색하면서 오히려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이 늘기 시작했다. 단구동 D공인 관계자는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치려면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다주택자ㆍ법인 규제가 강화되면서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시의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강원도 원주시의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그동안 수도권 투자자 사이에선 지방 아파트 분양권을 사들이는 투자 전략이 유행했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부동산 규제로 묶인 상황에서 저렴한 지방 아파트 분양권을 사두면 언젠간 오른다는 생각에서다. 법인을 세워 분양권을 매입하면 세금 부담을 낮출 수 있었다. 이 같은 투자 전략은 정부가 다주택자와 법인을 향해 세제 등 전방위적 규제를 가하면서 스텝이 꼬였다.

원정 투자의 출구 전략은 법인의 아파트 매매 동향에서도 드러난다. 지난달 법인이 매도한 아파트는 8278채로 올해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남과 경남, 충북 등 비수도권에서 법인발(發) 매물이 크게 늘었다. 상승 여력이 작은 지방 부동산부터 처분하는 게 더 이득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선 원정 투자자의 투매 현상이 지역 주택 경기를 침체시킬까 우려한다. 일반적으로 신축 아파트가 분양하고 입주하면 주변 기존 아파트 가격도 새 아파트값을 따라 동반상승한다. 하지만 새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에도 못 미친다면 주변 구축 아파트 가격은 더욱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

권영선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비수도권 같은 경우 당분간 법인이나 외지인의 분양권 매수세가 수그러들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지방 분양시장에서도 실거주 수요가 있는 만큼 지역별, 단지별 차별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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