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이탈리아 등으로 가거나, 오는 여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냐’는 질문에 “지금 당장은 적기가 아니다”고 답했다. 다만 “적절한 때에 우리는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지금 당장 고강도 추가 조처를 하기보다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또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에 대한 위험은 여전히 매우 낮다”면서도 “우리는 적응할 준비가 돼 있고, 만약 질병이 확산한다면 우리가 해야 할 무슨 일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자국민들에게 코로나19 관련 위험이 커진다고 판단될 때는 추가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회견을 즈음해 미국 국무부는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2단계(강화된 주의)에서 3단계(여행 재고)로 한 단계 더 높이면서,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는 지난 22일 2단계 경보를 내린 지 나흘 만에 이뤄진 조치다. 미국 국무부의 여행경보 등급은 △일반적 사전주의 △강화된 주의 △여행 재고 △여행 금지 등 4단계로 나뉜다. 앞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4일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중국과 같은 수준이자 최고 등급인 3단계(경고)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미 국무부의 4단계(여행금지) 여행 경보 발령, 한국인에 대한 미국의 입국 제한, 입국 금지, 항공편 운항 제한·금지 등이 취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중국인에게 적용했던 것처럼 미국은 이민·국적법에 따라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보류할 수 있으며, 일정 기간을 정해 특정 국가를 여행한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조치는 한미관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다방면에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이날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의 여러 조치는 한미관계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관계를 볼 때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잘못하면 또 다른 부수적 효과 등 의외의 폭발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다방면에 신중하게 고려해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얘기해왔으며, 미국도 충분히 그 점을 고려해오고 있다”고 부연했다. 우리 역시 미국이 중국에 취한 조치의 연장 선상에서 한국에 대해 유사 조치를 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결정은 복잡한 측면을 지닌 문제이기 때문에 한미가 논의를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