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와 원화시장간 동조화가 깨졌다. 위안화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고시환율 기준 11거래일째 절상(위안화 강세, 달러·위안 하락)흐름을 이어가며 6.5위안이 깨졌지만, 원화자산인 원·달러환율이나 원화채권, 코스피 등은 방향성없이 등락하는 분위기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미국 지표부진과 이에 따른 미 연준(Fed)의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희석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이에 편승한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데 주된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되고 있어 이같은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우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약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는 8일 현재 91.3359포인트를 보여 2015년 1월2일 91.0822포인트 이후 2년8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또, 중국 당국의 자본유출 통제로 외국인 자금이탈이 멈춘데다, 중국 외환보유액이 증가추세를 이어가는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실제 8월말 현재 중국 외환보유액은 7개월 연속 증가해 3조920억 달러를 기록 중이다.
반면, 국내 금융시장은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에 크게 출렁인 모습이다. 실제 북한 핵실험 직후인 4일 원·달러는 10원20전 급등하며 1130원대로 치솟았고, 코스피도 28.04포인트(1.19%) 급락하기도 했었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도 국고채 10년물의 경우 3.4bp(1bp=0.01%포인트) 상승한 2.305%로 지난달 22일(2.308%) 이후 2주일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외국인도 4일부터 11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5448억7300만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달러화 약세에다 중국 경제에 대한 그간의 불안감이 해소된 것도 위안화 강세의 기반이 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북한 리스크로 원화강세를 억누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북핵 리스크가 커진 것이 위안화와 원화자산간 상관관계가 깨진 주된 이유다. 또 중국 당국이 10월 당 대회를 앞두고 위안화를 안정화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것도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북핵 리스크와 고고도미사일(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보복 문제가 단시일내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이같은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원화도 현 레벨보다 상당부문 하락하는게 맞다. 하지만 북핵 문제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며 “군사적 행동 가능성이 낮다면 올해일지 내년일지 모르나 리스크가 완화되는 시점에 위안화와 원화자산간 동조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수석연구위원도 “과거와 달리 북한 리스크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북한 리스크가 늘 잠재하게 됐다”며 “북한 리스크가 단기간내 해결되기 쉽지 않아 보여 원화강세 등도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