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메이커를 움직이는 '안티 카페의 힘'

입력 2008-01-22 15:27 수정 2008-01-2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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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인구가 늘어나면서 각종 자동차 동호회에서 내는 목소리가 자동차 메이커에 영향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힘없는 소비자들이 그냥 눈 뜨고 당하는 입장이었으나 PC통신과 인터넷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상황에 변화가 생겼다. 서로 간에 정보 공유가 활발해진 덕분이다. 안티 카페로 메이커 측의 ‘항복’을 받아낸 사례는 1999년 현대 트라제 오너들이 뭉친 ‘안티 트라제’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당시 트라제(LPG)의 문제점은 시동 꺼짐이었고, 여기에 불안정한 후륜 서스펜션까지 한몫했다. 이 안티 트라제 카페는 18만 명이 가입해 메이커에 항의를 계속 하자, 결국 현대차는 5개월만에야 문제점을 인정하고 리콜 조치에 들어갔다. NF 쏘나타의 경우도 초기에 시동 꺼짐 때문에 리콜 조치가 시행되었는데, 아직도 동호회 게시판에는 시동 꺼짐을 겪었다는 글들이 종종 올라오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과거 GM대우도 겪은 바 있다. 대우자동차 시절 출시한 레조 LPG 모델이 엔진 실린더 내부에 냉각수가 유입되는 문제를 겪으면서 엔진 과열이나 주행 중 엔진 정지 현상이 일어났던 것. 이때 당시에도 많은 레조 오너들이 동호회를 중심으로 차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당시 대우자동차 측은 ‘소비자들의 관리 소홀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자동차 10년타기 운동본부에서 소비자들의 서명을 받아 건교부에 정식 리콜을 건의하자, GM대우로 사명이 바뀐 이후 결국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때 GM대우는 ECU 프로그램을 수정해 엔진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했다. 상태가 심각한 차량은 엔진 블록을 교체해야 하는데, 이 경우 차 한 대당 1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므로 상대적으로 간편한 ECU 프로그램 수정을 택한 것이다.

쌍용차의 경우는 엔진이나 변속기, 브레이크 등의 문제를 겪은 오너들을 중심으로 동호회를 결성해 대응하고 있다. 다음 카페에 개설된 ‘리콜 쌍용’ 카페에는 지금도 수많은 차체 결함 사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메이커 측의 대응 태도는 여전히 불만스럽다고 동호회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기아차도 예외는 아니다. 쏘렌토 자동 기어에 문제가 있음을 동호회에서 발견했지만, 기아측은 "안전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다"며 버티다가 결국 리콜에 들어갔다.

만약 메이커들이 소비자들의 문제 제기 때부터 초기에 결함을 시정하려는 노력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지금까지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들은 ‘가래로 막을 걸 호미로 막는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격이다.

자동차 메이커의 이러한 ‘무신경’은 자칫하면 회사의 존립 기반을 흔들 수도 있다. 일본 미쓰비시의 경우, 수년 전에 결함을 알면서도 쉬쉬하고 숨기다가 결국 그 사실이 들통 나면서 엄청난 손실과 함께 메이커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지금 미쓰비시는 자신들이 기술력을 제공했던 현대차에게도 밀리면서 나락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에는 르노삼성 SM5 뉴 임프레션의 시동 꺼짐 문제가 떠올랐다. 일부 SM5 오너들은 “주행 중에 시동꺼짐 현상이 나타나 수리를 받은 차 중 연비가 나빠졌고 소음이 증가하는 사례가 있다”며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관계자는 “건교부의 리콜 명령 이전에 서비스 캠페인을 펼치면서 다방면으로 문제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면서 “23일부터 ECU 프로그램 업데이트 리콜에 들어가는데 그래도 문제가 생길 경우 추가 조치를 반드시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르노삼성 측에서는 그간 메이커 신뢰도에서 경쟁 업체보다 앞서 있었다고 자체 판단하고 있어 이번 일로 고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따라서 이번 리콜 조치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리콜로 문제점을 완벽히 잡아낼지는 23일 시작되는 리콜 조치 이후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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