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지성의 요람에서 성희롱 요람으로 몰린 대학

입력 2017-03-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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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차장

대학을 흔히 ‘지성의 요람(搖籃)’이요, ‘지성의 상아탑(象牙塔)’이라고 한다. 대학이 사람의 인격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국가와 인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을 적잖게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대학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대학을 ‘지성의 상아탑’으로 지칭하기 어렵다.

이달 초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는 ‘남톡방(남자 카톡방) 내 성희롱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당시 익명의 대자보 작성자는 “이 방에는 (모 학과) 특정 학번의 모든 남학생이 초대됐다”며 “동기 여학생의 실명을 거론한 성희롱이 2년 이상 지속해서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또 남톡방에서는 동기 여학생의 외모와 몸매를 품평하고, 성(性)적인 별명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여학생의 이름으로 성적인 삼행시를 짓는 등의 행위가 난무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연세대는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피해 학생들을 중심으로 진상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카톡 성희롱 사건이 차츰 잊힐 때쯤, 이번에는 동국대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동국대 ‘A학과 단톡방 사건 임시대책회’는 21일 페이스북 ‘동국대학교 대나무숲’을 통해 이 학과 남학생 11명이 지난 2014년 1 ∼ 4월 같은 과 여학생 등 여성 20여 명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상습적으로 했다고 고발했다. 임시대책회가 공개한 성희롱 발언 중에는 “○양은 줘도 안 먹는 듯”, “○○여고 김○○ 성인식 시켜줘야지” 등 노골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뿐만 아니다. 일부 학생은 “여자들 국이나 끓이지 대학을 오네”, “흑인들은 머리 쓰는 건 멍청해서 못함” 등 여성비하·인종차별 발언도 서슴없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성희롱과 인종차별 발언을 내뱉은 이들이 과연 대학생인지, 아니면 범죄의 전 단계를 밟고 있는 이들인지 도통 구분이 되지 않는다.

현재 동국대 인권센터가 관련 사건을 조사 중이고,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징계할 방침이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하지만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건이 또 다른 대학에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고려대 카톡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대 카톡 성희롱 사건’이 논란이 된 바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문대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리고 약 7개월이 경과한 지금, 대학 내 성희롱 사건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만일, 이런 대학 내 성희롱 사건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둠 그 자체일 것이다.

대학 내 성희롱 사건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인성 교육을 등한시(等閑視)한 채,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만 몰두해 온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적만 좋으면 과정이야 어떻든 상관없다는 성적지상주의와 상대방이나 이웃을 배려하지 않는 본인 우월주의가 빚어낸 산물이라는 분석이다. 대학 내 성희롱 사건을 심각하게 다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는 대학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건을 은폐 또는 축소하기보다는 가해 학생들에 대해서는 엄벌하고 제2, 제3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대학은 지성의 요람이다. 이제 더는 이름만 지성의 요람이 아닌, 말 그대로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대학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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