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가짜 기사, 똥이나 먹어라!

입력 2016-12-16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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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어떡하면 마감시각을 어기지 않고 정해진 양대로 기사를 써서 넘길 수 있을까? 요즘은 글자 수에 제한을 받지 않는 미디어가 많지만 원래 기자는 시간과 분량 준수라는 제한조건 때문에 늘 압박과 긴장 속에 산다. 제한 없이 길게 쓴 기사는 대체로 묽고 밀도가 떨어진다. 부럽다기보다 훈련 부족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나는 어떤 말을 들었던가. 1분 1초라도 마감을 앞당겨야 한다, 한 장이라도 더 길게 쓰면 안 된다, 틀리면 안 된다, 이런 것들은 기사 쓰기에 관한 것이다. 취재에서는 ‘절대 한쪽 말만 듣고 쓰지 마라’, ‘현장을 30분 봤으면 30매도 쓸 수 있어야 한다’(기자의 눈은 매 눈이나 카메라 같아야 한다), ‘네가 지나간 자리에 기사가 남아 있지 않게 하라’는 말을 들었다. ‘120을 취재해서 80만 쓰는 게 기사다’라는 말은 철저하게 취재를 한 것 같아도 빠뜨린 게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뜻이리라.

또 ‘납이 녹아서 활자가 되려면 600도의 열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활자화하는 기사는 600도의 냉정으로 써야 한다. 뜨거운 냉정, 이 양극을 쥐고 나가는 게 신문이다.’ ‘사설은 쉽게 써야 한다. 사설 제목은 시와 같아야 한다.’ 이런 말들도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 기자의 자세를 일깨우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자료로 ‘영구보존하세’라는 스크랩 북이 있었다. 기자들의 말도 안 되는 잘못이나 오류, 우스운 기사를 적발해 놓은 스크랩 북은 수습기자 교육에 큰 몫을 했다. 컴퓨터 작업이 아니라 종이에 육필로 기사를 쓰던 시대여서 적발/보전이 가능했다.

‘영구보존하세’에는 ‘여기는 적도.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빨간 줄은 없다’로 시작되는 해사 순항부대 동행 취재기로부터 ‘갈매기 울음소리 까악 까악’ 등 재미있는 게 참 많았다. 만날 화재 등 사건 사고만 따라다니던 기자가 취재한 대학 총학장회의 기사는 ‘이날 회의는 3시간 만에 꺼졌다’로 끝난다.

적발된 것 중 최고 히트작은 이거다. ‘벙어리 김모 씨가 신병과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는 평소 죽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기사를 받은 시경캡(사건기자들의 지휘자)은 그 기자를 세워놓고 “벙어리가 말을 했어? 야 인마, 그러면 그게 기사지, 자살한 게 기사냐?” 하고 놀려먹었다.

이렇게 옛날이야기를 하는 것은 ‘입버릇’에 익숙한 오보 과장보도로 기레기라고 욕을 먹는 경우가 많은 터에 가짜 기사가 횡행해 기자들이 억울한 피해까지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더 기자들이 노력하고 훈련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여러 사람을 속이는 가짜 기사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대단히 노했나 보다. 미국 대선기간에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가짜 기사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널리 퍼진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김지하 시인과 도올 김용옥이 촛불을 종북세력이 주도한다고 비난한 가짜 글이 나돌아 다니고 있다.

이런 가짜 기사를 만드는 자들은 교황 말씀대로 대변성애자인지 모른다. 똥을 먹는 병에 걸렸다는 뜻인데, 교황 말씀을 쉽게 번역하면 “똥이나 먹어라, 이놈들아!”가 아닐까. 이슬람세력과 기독교세력의 이스탄불 공방전 당시 먹을 게 없어 자신들의 똥을 끓여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설마 이건 가짜 기사가 아니라 역사의 기록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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