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재·의약품 생산업체 존슨앤존슨(J&J)이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와의 가격전쟁을 예고했다.
호아킨 두아토 J&J 제약사업부 회장은 18일(현지시간) “우리는 모든 채널에서 경쟁할 준비가 돼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든지 환자들에게 가격적인 면에서 가장 합리적인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두아토 회장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인플렉트라(Inflectra)’를 내달부터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화이자는 내달 인플렉트라를 1병당 946.28달러(약 106만5000원)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는 J&J의 레미케이드 가격보다 15% 저렴한 것이다. 인플렉트라는 셀트리온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미국명이다. 화이자는 한국 셀트리온의 램시마 북미 독점판권을 가지고 있다.
레미케이드는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크론병 치료제 등으로 사용되는 약으로 J&J 제약사업부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다. 올 들어 9개월간 레미케이드는 53억 달러 어치가 판매됐다.
레미케이드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J&J가 유독 화이자의 이번 바이오시밀러 출시에 긴장한 이유는 인플렉트라(램시마)가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이자 미국시장에서 발매되는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이다. J&J의 제약사업부 전체 매출의 3분의 2가 미국시장에서 발생한다.
두아토 회장은 “환자의 70%가 레미케이드에 대한 안정성을 확인하고 있어 화이자의 인플렉트라로 약을 바꿀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나머지 30%에 대한 경쟁에 나설 계획이며 경쟁의 핵심 요소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J&J는 레미케이드 약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에게는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혁신적인 계약’ 등을 통해 텃밭 사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두아토 회장은 브라질과 캐나다 호주 등 이미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가 시판된 시장에서도 9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J&J는 또한 특허 침해 관련 법적 분쟁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J&J는 지난해 3월 램시마가 레미케이드의 물질특허를 침해했다며 이 소송을 제기했다.
그간 제약업계에서 바이오시밀러는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돼왔다. 미국 정부는 자국의 제약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그간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시장 개방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약값 폭리 논란이나 의료 재정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점차 관대한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이에 화이자와 암젠 등 일부 제약사들은 의약품 특허 만료에 대한 헤지수단으로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비중을 키우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J&J의 주가는 2.60% 떨어진 115.41달러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