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완화의 역설] 중앙은행의 딜레마...금리 인하 해도 통화 가치는 계속 올라

입력 2016-08-12 15:51 수정 2016-08-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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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교재 필진에게 올해는 잊고 싶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론대로라면 금융 완화는 통화 가치를 낮추는 게 정석이지만 최근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통화 강세 억제는 거의 효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중앙은행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처인 2%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럼에도 뉴질랜드달러 가치는 바로 1개월 만의 최고치로 뛰었다. 뉴질랜드 만이 아니다. 일본은행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은행이 올해 초 일부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췄을 당시에는 되레 엔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엔화 가치는 15.9% 급등했다.

세계 각지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인도네시아 러시아 헝가리 한국 대만이 지난 1년간 실시한 금리 인하는 자국 통화 강세를 억제하는 데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펀드 매니저들은 이들 국가 대부분에서 금리 인하 후에도 여전히 금리가 플러스(+)권에 있다는 점을 공통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JP모건에 따르면 마이너스 수익률 국채 발행이 증가해, 국채 발행 잔고의 3분의 1 가까운 8조80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는 투자자는 투자 원금보다 적은 액수를 돌려받게 된다. 이 때문에 금리가 플러스 권에 머무는 나라의 국채는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에 있어서 여전히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본은 예외다. 일본은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 권으로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엔화는 강세다.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이에 대해 일본의 금융 정책에는 효력이 없다는 인식이 고조되고 있는 점과 자금조달 통화로서 엔화의 인기 저하 등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BNP 파리바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윌리엄 데 빌더는 “교과서적인 이론에 역행하는 이러한 환율 동향 탓에 확산하는 견해는, 너무 많은 국가의 금리가 제로 부근에서 머무는 경우, 중앙은행에 의한 자국 통화 관리가 기존보다 어려워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데 빌더는 “옛날 교과서 모델이 전혀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은 아니지만, 효과는 약화됐다”며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효력을 발휘하는 중앙은행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을 꼽았다.

WSJ는 물론 수익률 추구 이외의 요인도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외환 트레이더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경우 투기세력들은 뉴질랜드중앙은행이 10일 0.25%를 웃도는 금리 인하를 예상했었다. 그러나 인하 폭이 기대에 못 미치자 팔았던 뉴질랜드달러를 되사들이면서 통화 가치가 급등했다.

하지만 뉴질랜드중앙은행이 자국 통화 강세를 억제하고자 금리를 인하한 건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여기다 중앙은행은 통화 약세를 유도하고자 뉴질랜드달러의 상승 전망을 더욱 높였다.

그레이엄 휠러 뉴질랜드중앙은행 총재는 10일 금리 인하를 발표하면서 “뉴질랜드달러 강세는 수출을 압박하고 중앙은행에 의한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어 통화 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는 이러한 모순을 안고 있는 메시지에 대해, 중앙은행이 통화 약세를 유도하려는 노력이 효력을 잃어 가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뉴질랜드달러 매수에 몰렸다고 WSJ는 지적했다.

삭소은행의 아시아 지역 거시경제 전문가인 케이 반-피터슨은 “연준도 이러한 현상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올해 금리 인상을 계속 연기해왔는데, 이 때문에 달러 강세가 억제되는 경향이 나타났고, 그로 인해 다른 나라의 통화 가치가 달러 대비 하락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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