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키워드] 증강현실-포켓몬 고, 진경준 고 - 더 모질고 더치사해진 한국 사회

입력 2016-07-21 10:27 수정 2016-07-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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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코스카저널 논설주간

게임세계를 뜨겁게 달구며 우리나라 속초와 백령도 시원한 바닷가까지 불어닥친 ‘포켓몬 고(GO)’ 열풍에 대한 기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글들을 접하면서 ‘증강현실’이라는 새로운 단어/개념을 배웠지. 영어 ‘Augmented Reality’를 ‘增强現實’이라는 한자로 바꾸었더군. 인터넷에서 찾은 뜻풀이는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세계에서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내 나름으로는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휴대전화기를 들이대면 영상-포켓몬 고의 경우는 포켓몬의 캐릭터들-이 나타나는 기술’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어.

원래는 군사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이라고 하네. ‘증강현실 기술이 가장 먼저 적용된 것은 군용 항공기와 전차 탑승자가 머리에 쓰는 형태의 컴퓨터 화면 장치, 즉 전방 표시 장치(HUDs)이다. 계기판 형태의 전방 표시 장치를 쓴 탑승자가 보고 있는 외부 환경이 조종석 덮개나 탱크의 뷰파인더 위에도 나타난다. 속도가 더 빨라진 컴퓨터 프로세서가 전방 표시 장치를 이용해 정보 디스플레이와 실시간 영상이 결합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네이버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에 나와 있단 말이지.

그런데 나는 ‘증강현실’이라는 단어를 이런 모바일 게임 기술에 ‘소비’하는 것보다는 ‘한국의 증강된 현실’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네. ‘더 모질고, 더 악화되고, 더 힘들고, 더 치사하고, 더 지저분해진 현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으며 그 정도는 날이 갈수록 더 증강하고 있는 현실임을 내포/암시하는 용도로 쓰는 게 더 적합하겠다는 거지.

‘포켓몬 고’ 출시 기사와 같은 시기에 지면을 ‘장식한’ 검사장 진경준 씨 구속과 그에 대한 범죄 혐의 때문인 거 같아. 세상에,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었을까. 공짜로 10억 원어치 초대박 주식을 받고(뜯고?), 10년 후에 126억 원에 처분하고, 재벌그룹 총수의 탈세 혐의를 내사하다가 종결했다고 한 후 그 회사 시설물에 대한 청소용역 사업권을 갈취해 가족 명의로 돌린 후 역시 130억 원대 매출을 올리도록 한 거, 이거는 최상위급 전문 조폭도 겨우겨우 손댈 수 있는 고난도 최첨단의 수법 아니냐?

2009년 10월 30일자 신문들을 보면 탤런트 견미리 씨와 가수 태진아 씨가 서울지검 금융조세2부에서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는 기사가 있지. 견 씨와 태 씨, 두 사람은 이듬해 4월 무혐의 판정을 받았어. 당시 서울지검 금융조세2부장이 진경준 씨야. 그가 이 수사를 지휘·감독한 거지. 그가 넥슨의 김정주 씨에게서 주식을 받은 게 2005년이었으니, 이게 도대체 말이 되냐? 범법자가 선량한 사람들을 앞에 앉혀 놓고 수사를 한 거나 같다는 생각이야. 그 두 사람, 지금 얼마나 기가 막힐까.

주식 투자는 전문분야이니까 관련 사건 수사(?)를 하면서 배워 응용했다고 치고, 한진그룹 최고위 임원을 불러내 청소용역 사업권을 뜯어내는 건 어디서 배웠을까? 또 사업권을 요구할 땐 어디에서 어떤 태도로 어떤 말을 했을까? ‘회장님 탈세 건, 그건 제가 내사 종결했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좋은 게 좋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했습니다. 그렇게 아시고, 한진에서 먹고살 만한 일거리 하나 있으면 찾아봐주시죠. 처남이 하나 있는데 일 없이 노는 거 보니까 안되어 그럽니다’라는 정도 아니었을까? 조폭처럼 노골적인 협박·공갈이야 했을라고. 장소는 고급호텔 커피숍이나 일식당처럼 남의 눈과 귀가 덜 의식되는 곳이었을 것 같은데, 어디서건 진 씨가 전등이나 햇빛을 등지고 앉았을 것 같다고 상상이 되는군. 불빛을 등진 사람은 표정을 알 수 없기 때문이지.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점잖은 말투여도 듣는 사람은 더 초조해지고 겁도 더 나게 된다고.

내 상상이 너무 심하고 일방적인가? 진 씨의 현실을 너무 증강했나? 이왕 상상하고 부풀린 거, 한마디 아는 척 좀 해야겠네. 미국에서 한 컷짜리 시사만화를 그리는 애슐리 브릴런트(1933~)라는 사람이 자기 만화에 넣은 지문(地文)인데, ‘부패는 없어져야 해. 그게 안 된다면 부패에 참여할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어’야. 원문은 ‘I want less corruption, or more chance to participate in it’이지. 그런데, ‘나는 부패가 싫어. 하지만 딴놈들이 해쳐먹으면 나도 해먹을 거야’가 더 생생한 번역 같지 않아? 진 씨 같은 사람들이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말 아닐까? 그러고는 부패에 나서는 거지. 진 씨의 경우는 공갈과 갈취라는 방법으로 그 고리에 참여한 것이고.

‘포켓몬 고’는 우리나라의 증강현실게임 발전에도 영향을 줄 것이구먼. ‘뽀로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증강현실게임을 개발하겠다고 하니 말이야. 포켓몬과 뽀로로의 대결인데, 우리나라 게임업체의 상상력과 스토리텔링 능력도 이제는 많이 발전했을 테니 기대되는군. 그런데 상상력이 계속 확대되고 증강현실게임이 더 인기를 끌게 되면 ‘진경준 고’ 같은 게임도 나올 만한 현실 같지 않아? 다만 거기에 등장할 캐릭터들은 뽀로로나 포켓몬 캐릭터들처럼 귀엽지 않을 것이며, 찾을 수 있는 장소도 바닷가 같은 곳이 아니라 검찰청, 구치소, 법원 등등 보통 사람들은 잘 가게 되지 않는 곳으로 설정되겠지. 넥슨이 이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괜찮겠군. 얽히고설킨 권력자들과 재벌의 뒷이야기가 게임의 스토리를 더욱 풍부하게 해줄 테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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