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조직건강 '빨간불'… 상명하복 문화 만연에 야근할수록 성과 떨어져

입력 2016-03-1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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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의 임원실은 마치 엄숙한 장례식장 같다. 임원 앞에서 정자세로 서서 불명확하고 불합리한 리더의 업무지시에 Why도, No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는 것을 보고 이해할 수 없는 한국기업의 업무방식이 쉽게 개선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기업 임원 재직한 외국인 T씨)


국내 기업의 조직 건강도가 글로벌 수준에 크게 뒤쳐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와 상명하복의 불통문화로부터 비롯된 상습적 야근 등 후진적 기업문화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5일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와 함께 지난해 6월부터 9개월간 실시한 ‘한국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77%가 글로벌 기업보다 약체 = 조사 대상 100개사 중 글로벌 기업보다 약체인 기업은 최하위 수준 52개사를 포함, 77개사에 달했다. 특히 중견기업은 91.3%가 하위수준으로 평가됐다. 반면 상위수준으로 진단을 받은 기업은 최상위 수준 10개사 포함 23개사에 그쳤다.

세부영역별 진단결과를 보면 △리더십 △조율과 통제(시스템) △역량 △외부 지향성 등 4개 영역이 취약했고, △책임소재 △동기부여 등 2개 항목은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 제공 = 대한상의
▲자료 제공 = 대한상의

특히 기업의 지속적인 성과 창출을 가능케 하는 항목에서 국내기업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속성장 DNA’를 갖고 있는 국내기업은 50%에 불과했다. 글로벌기업은 66%였다. 특히 지속성장 DNA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도 유형의 쏠림현상이 심했다. 대기업의 100%, 중견기업의 97%가 ‘실행중심형(전사적 개선·혁신활동)’ DNA를 갖고 있어 글로벌 기업은 ‘실행중심’(64%), ‘시장중심’(23%), ‘리더십중심’(7%), ‘지식중심’(6%) 등 유형이 다양한 것도 대조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최원식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우리 기업은 아직도 제조혁신 역량을 중시하고, 선도기업 캐치업을 도전목표로 설정해 빠른 실행을 하는 기존의 성공방정식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실행중심형만으로는 급변하는 시장패러다임에 부응해 능동적인 변신과 다양한 사업기회 포착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자료 제공 = 대한상의
▲자료 제공 = 대한상의

◇후진적 기업문화 심각 = 상습적 야근·비효율적 회의·상명하복식 지시 등 후진적 기업문화 역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인 4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기업문화 실태 진단’에서 직장인들은 ‘습관화된 야근’을 가장 심각한 기업문화로 꼽았다.

특히 8개 기업 45명의 일과를 관찰한 결과 야근을 많이 할수록 업무시간과 성과는 오히려 떨어지는 ‘야근의 역설’ 현상도 확인됐다.

현실에서 체감하는 성별 불평등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이번 조사에서 직장인들은 ‘여전히 여성이 평가·승진 등에서 불리하다’(49점)고 응답했다. 여성인재에 대한 편견도 확인돼 인사평가나 승진 등에서 불리한 원인에 대해 여성들은 ‘출산육아로 인한 업무공백’(34.7%), ‘여성의 업무능력에 대한 편견’(30.4%)을 꼽았지만 남성들은 ‘출산․육아문제’(22.6%)보다 ‘여성이 업무에 소극적’(23.7%)이라는 점을 꼽아 남녀간 인식차를 여실히 드러났다.


◇업무프로세스ㆍ보상시스템ㆍ리더십 부족이 원인 = 이번 조사에서 대한상의는 한국의 전근대적 기업문화의 근본원인을 찾기 위한 입체적 근인분석을 실시한 결과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 △비합리적 평가보상시스템 △리더십역량 부족과 기업가치관의 공유부재를 3대 근인으로 지적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정시퇴근을 유도하기 위한 일제소등’, ‘여성인재 활용을 위한 육아휴직과 보육시설 확대’ 등으로는 습관적 야근이나 여성근로자의 고충 등 전근대적 기업문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각 근인별 액션아이템을 마련해 기업문화 선진화를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제공 = 대한 상의
▲자료 제공 = 대한 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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