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안철수 1억5900만원 vs 힐러리 2260억원…선거비용의 비밀

입력 2016-03-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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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JTBC '썰전')
(출처=JTBC '썰전')

“예전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가 낙선했어요. 그때 선거비용이 36억원 정도 든 거 같아요. 당시 후원금으로 13억원 받고, 연리 2.3%로 펀드를 만들어 23억원을 모았어요. 만약 선거비용 보전 제도가 없었다면 저 같은 ‘흙수저’는 선거 못 치렀을 거예요.”

유시민 작가의 말입니다. JTBC ‘썰전’에서 전원책 변호사와 정당 국고보조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6년 전 경기도지사 후보 시절 어떻게 선거비용을 마련했는지 털어놓습니다. 해당 편 다시보기 아래엔 “국회의원도 피해갈 수 없는 수저 계급론”, “선거비용 꽤 어마어마하네” 등의 댓글이 수두룩합니다.

“도대체 선거비용이 얼마나 들길래….”

방송을 보면서 이런 생각하셨을 겁니다. 이를 알려면 ‘선거비용 보전 제도’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정치와 권력,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상대적으로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우리에겐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일정 비율 이상 국민에게 지지를 얻으면 국가가 선거비용을 대신 갚아주는 ‘선거비용 보전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금권정치(돈의 힘에 의해 지배되는 정치)를 견제하기 위함이죠.

유효득표 10% 이상을 얻은 후보는 선거비용 절반(50%)을 보전해주고요. 15%를 넘기면 전액을 돌려줍니다.

국고보조금도 같은 맥락입니다. 정당이 정치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정치활동비를 지급하는 거죠. 돈이냐, 명분이냐를 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를 고민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14일 이투데이에 게재된 ‘국민의당, 교섭단체 구성 결국 실패하나’를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4ㆍ13 총선에서 국회의원들은 선거비용으로 얼마를 쓸까요?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대 총선 선거비용 제한액을 확정했는데요. 선거구 획정 변수가 있지만 지난달 발표된 내용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국회의원 선거비용은 ‘1억원+(인구수×200원)+(읍ㆍ면ㆍ동 수×200만원)’으로 계산합니다.

선거비용 제한액이 가장 후한 선거구는 순천시 곡성군으로 2억4100만원입니다. 영광군의 담양ㆍ함평ㆍ영광ㆍ장성군도 2억3200만원이나 되고요. 여주시(여주ㆍ양평ㆍ가평군, 2억2500만원), 사천시(사천ㆍ남해ㆍ하동군, 2억2500만원), 군산시(군산시, 2억1800만원) 등도 선거비용이 비교적 넉넉합니다.

▲단위: 만원(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단위: 만원(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가장 적은 곳은 안산시 단원구(단원을)인데요. 1억4400만원에 불과합니다. 인천 계양구(계양갑)도 1억4800만원이 한도로 묶여 있고요. 서울 서대문구(서대문갑)와 부산 사하구(사하구갑)도 1억4900만원 밖에 안 됩니다.

‘핫’한 지역구도 한번 알아볼까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출마하는 부산 영도구의 선거비용 제한액은 1억5400만원이고요. 안철수 대표와 이준석 의원 대결로 관심을 끌고 있는 노원병은 이보다 500만원 더 많은 1억5900만원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불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새누리당 손수조, 장제원 의원이 공천 대결을 펼치고 있는 부산 사상구는 1억7900만원입니다.

“그 많은 돈 어디에 쓰지?”

선거비용 제한액을 알고 나니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선거운동 가격정보에 따르면 LED 전광판이 설치된 5톤짜리 선거차량 대여는 기사 인건비를 포함해 3930만원이나 합니다. 홍보물을 제작하고 인쇄하는 데는 830만원이 들고, 동영상 광고를 찍으면 300만원을 지불해야 하죠. △귀에 쏙쏙 박히는 로고송을 만드는 데에는 50만원 △유세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400W(와트) 스피커 대여는 72만8000원 △시선을 확 끌어모으는 LED 피켓은 18만원 △후보자 이름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바람막이 자켓은 3만원(등 각인 시 4만원) △선거활동에 사용되는 080 전화는 5만500원입니다.

여기에 사무실 빌리고, 선거 사무원들 월급까지 주면 사실 선관위가 제시한 선거비용은 빠듯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일부 정치인들은 지지자들로부터 후원금을 모으기도 합니다. 유시민 작가처럼 말이죠.

정치 후원금제도가 가장 잘 발달한 곳은 미국입니다. 정당 국고 보조금이나 선거비용 보전 자체가 없습니다. 후원금으로만 선거를 치르죠.

‘슈퍼팩(Super PAC)’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미국 대선 기사를 읽다 보면 꼭 한 번씩 나오는 단어죠. 슈퍼팩은 미국의 억만장자들로 이뤄진 민간 정치자금 단체를 말합니다. 후원을 받을 수 있는 돈은 ‘무제한’입니다. 금권정치가 합법화돼 있는 셈이죠.

이번 대선에서 그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사람이 바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입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힐러리는 지금까지 1억8800만 달러(약 2260억원)의 후원금을 모았습니다. 대선 경선 후보들 가운데 가장 큰 규모죠.

후원금의 69%인 1억3040만 달러(약 1568억원)는 선거캠프가 직접 거뒀고요. 나머지 31%(5750만달러, 약 694억원)는 슈퍼팩에서 모금했습니다. ‘오하마의 현인’ 워런 버핏이 2만5000달러(약 3000만원)를 냈고요. ‘헤지펀드 제왕’ 조지 소로스가 700만 달러(약 84억원)를 쾌척했습니다.

(AP/뉴시스)
(AP/뉴시스)

선거비용→국민 혈세→일 안 하는 국회= 아! 본전 생각

규모, 방식 모두 다르지만, 미국 대선의 수천분의 1에 불과한 국회의원 선거비용에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건 본전 생각 때문 아닐까요? ‘일 안 하는 국회’에게 주는 돈은 단돈 10원도 아깝습니다. 국민 바람은 크지 않습니다. 본전 생각 안 날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것. 그거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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