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으십니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능력에 대한 확신으로 계획을 미루고 있진 않은가요?
저도 그렇습니다. 희망퇴직, 명예퇴직 살벌한 단어들이 신문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연말정산이 더 걱정입니다. 세금 폭탄 안 맞는 방법을 궁리하느라 20~30년 뒤에 있을 은퇴 후 삶에 대해선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쥐꼬리 금리에, 출렁이는 주식시장에서 몇 푼 안 되는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도 모르는 ‘미생’입니다.
삼성생명은퇴연구소에서 지난해 11월 설문조사(1782명 대상)를 해봤는데요. 10명 중 7명이 ‘은퇴 후 필요한 소득이 얼마인지 계산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결과입니다.
눈부신 의학발전으로 인간의 기대 수명은 하늘이 내리는 나이, 상수(上壽; 100세)에 다다랐습니다. 정부는 이 흐름에 맞춰 정책을 재구성하고 있고요. 금융회사들도 100세를 타깃으로 관련 상품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모두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죠.
그러나 정작 사람들은 이 변화에 무감각합니다. 몸 따로, 마음 따로. 미생들이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자세입니다. 아들, 딸 잘 키우는 게 은퇴 준비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식은 부모를 모시고, 부모는 자식에 기대어 수백년을 살았습니다. 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7%가 ‘노후준비가 어렵더라도 자녀를 먼저 지원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일 할 힘은 없고, 모아 놓은 돈도 없으니 결국 노인들은 자식에게 기댑니다. 그들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국민연금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7명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자식에게 기대고 있는 거죠. 그러나 자식들도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 달 260만원(평균 연봉 3170만원) 벌어 전셋값(전년 대비 평균 8219만원 상승) 감당하기도 벅찹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노인들은 가난합니다. 노인 빈곤율이 49.6%에 달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죠. 생활비를 빚으로 충당하다 보니 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161%나 됩니다. 20대보다 60대 부채가 더 많은 유일한 국가입니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늘 같은 결론이지만 준비해야 합니다. 정부가 주는 국민연금의 평균 수급액은 월 32만원입니다. 회사가 지급하는 퇴직연금(36만원)도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60대에 월 70만원도 채 안 되는 돈으로 생활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개인연금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30~50대가 생각하는 은퇴 후 한 달 최소 생활비가 200만원이라고 합니다. 국민ㆍ퇴직연금을 제외하면 130만원이 더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40세부터 55세 은퇴할 때까지 매월 82만~121만원을 적립(수익률 5~7% 가정)해야 합니다. 그 방법에 대해선 ‘노후에 ‘금수저’ 들려면 연금·보험 드세요’ 기사를 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만약 퇴직을 코앞에 두고 있다면 재취업을 알아보는 게 좋습니다. 매월 이자로 130만원(금리 1.5%)을 받으려면 은행에 10억원이 있어야 합니다. 월급이 있다면 이 돈이 필요 없겠죠.
만약 이미 은퇴했다면 부동산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주택연금 말입니다. 사는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나이가 같으면 집값이 높을수록, 집값이 같으면 나이가 많을수록 월 수령액이 늘어납니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75세에 주택연금을 신청하는데요. 2억원짜리 집이라면 월 80만원을, 3억원짜리 주택이라면 월 121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노년은 10대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 65세까지 목적 없이 산 삶이 은퇴 무렵에 갑자기 충만해지지는 않는다.” 프랑스 교육자 아서 모건의 말입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전 20년을 허투루 보냈습니다. 서둘러 준비해야겠습니다. 첫 목표는 ‘퇴직연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