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익산 지진의 의미와 교훈

입력 2015-12-3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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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화 기상청장

▲고윤화 기상청장
▲고윤화 기상청장
지난 22일 새벽 4시 31분, 전북 익산에서는 강한 진동으로 창문과 집기류가 흔들려 사람들의 단잠을 깨웠다. 규모 3.9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지진이 발생한 전라도뿐만 아니라 수도권, 강원, 부산지역까지 수많은 문의 전화가 기상청과 소방본부로 빗발쳤다. 온종일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지진에 대한 불안을 나타냈다.

2007년 1월 오대산 지진(규모 4.8), 2010년 2월 시흥 지진(규모 3.0)과 함께 이번에 발생한 익산 지진은 인구 밀도가 높고 건물이 많은 중심지에서 발생했다. 지진에 의한 피해는 지진의 크기인 ‘규모’로 파악한다. 하지만, 지진 발생 지역이 도심일 경우, 건물의 내진 정도가 약할 경우, 그리고 얕은 깊이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더 큰 피해로 이어진다. 지난 4월 발생한 네팔의 지진 역시 도심지에서 발생해 더욱 큰 피해를 가져왔다.

전 세계 지진의 90%와 화산의 75%는 일명 ‘불의 고리’에서 발생한다.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는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대만, 일본을 거쳐 태평양 건너 미국 서부를 경유해 남미로 이어지는 고리 모양의 지대이다. 우리나라는 불의 고리로부터 수백km 이상 떨어진 유라시아판 동쪽에 위치해 다른 국가보다 지진과 화산 재해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그러나 한반도가 지진으로부터 과연 안전한 지대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1976년 중국 허베이성 탕산(唐山)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해 24만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 지역은 우리나라보다 더 유라시아판 안쪽에 위치했다. 즉, 지구에 존재하는 판의 운동에 따라 발생하는 지진은 판의 경계뿐만 아니라, 판 내부에서도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지진은 현대 과학기술로는 예측이 불가능한 자연 현상이다. 과거 미국, 일본 등 지진과 화산에 취약한 국가들은 이를 예측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수행했지만, 일관성 있는 전조 현상이 관측되지 않아 실용화에는 실패했다. 그래서 기상청에서는 최단 시간에 지진 발생을 국민에게 알려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진 발생 후 2분 이내에 빠르게 지진 속보를 전해주던 서비스를 한층 더 발전시켜, 국내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관측 후 50초 이내에 알려주는 ‘지진 조기경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0년까지는 10초 이내로 단축할 예정이다.

정부 차원의 대비책과 더불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진에 대한 안전 불감증을 버리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건축물의 내진 설계 여부를 확인, 내진구조를 갖추게 하는 등 대도시 지역이나 중요한 시설, 산업 분야에서 지진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이번 익산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없었지만, 지진 피해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철저한 대비의 필요성을 다시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반도,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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