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대기업 여신 회수] 나머지 ‘빅3’도 축소 조짐…리스크 관리 vs 유동성 옥죄기

입력 2015-11-24 10:28 수정 2015-11-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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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한 곳만 부실나도 큰 손실…돈 갚아야 할 기업은 대환대출 ‘돌려막기’ 우려

KEB하나은행의 단계적인 대기업 여신 회수가 주요 은행의 전체 규모 축소를 이끌었다. KEB하나·신한·국민·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의 대기업 여신 총 규모는 140조4165억원(9월말 기준)으로 전분기(6월말) 대비 2조5612억원 감소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5205억원, 2조8450억원 상승했고, 국민은행은 6998억원 소폭 감소했다. KEB하나은행의 감소량이 다른 은행들의 변동량을 압도한 결과다.

◇KEB하나은행 대기업 여신 감소는 필연 = KEB하나은행으로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다. KEB하나은행의 대기업 여신 비율은 다른 은행에 비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었다.

KEB하나은행은 대기업 여신 규모를 지난해 7월부터 꾸준히 회수했음에도 총 여신(가계· 대기업·중소기업 합계)의 25%(6월말 기준) 수준이었다. 올 3분기 추가 회수가 이뤄지고서야 22%까지 낮출 수 있었다.

국민은행은 8%를 유지하며, 신한은 17~18%대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2~23%대로 높은 수준이지만, 정부 소유 은행으로 대규모 정책금융에 투입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단순히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대기업 여신을 낮추는 것에 대해선 비판이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나은행이 소매금융, 외환은행은 기업금융에 경쟁력을 갖고 있었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외환은행이 쌓아온 강점을 버리면서 쉬운 장사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은행권, 대기업 여신 축소 조짐 = 다른 은행들이 KEB하나은행이 회수한 대기업 대출채권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압박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체 대기업 여신이 축소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11일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를 발표하며 구조조정 추진에 따른 자산건전성 재분류로 은행권이 현재까지 적립한 3020억원 외에도 약 4504억원의 대손충당금 추가로 적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게다가 내달 발표될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라 은행들은 대기업 여신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대상에 오르는 기업의 수는 300여곳으로 추정된다. 상반기 이미 부실 위험이 있는 572개사에 대해 평가했으며, 이중 35곳이 구조조정 대상 명단에 올랐다.

대기업 여신 연체율도 악화하고 있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9월 기준)은 전년 동월 대비 0.10%포인트 상승한 1.00%를 기록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경우 한 곳만 부실이 나도 은행의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근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강화하라는 주문에 따라 은행들이 기업 여신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대기업 돈맥경화 우려 = 여신 회수를 맞닥뜨린 기업으로선 사내 유보금으로 갚거나 다른 은행을 통해 대환대출을 실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단기 유동성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인 회사채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중국의 장기 경기침체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외 경제 여건 악화, 국내 경기 불황으로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달 들어 회사채 발행 잔액은 221조2873억원(11월 17일 기준)으로 집계됐고, 거래량이 3만278건에 그치면서 거래량을 발행잔액으로 나눈 회사채 회전율이 1.37%에 그쳤다.

특히 AA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에 속하는 롯데케미칼과 롯데하이마트, 대신증권 등이 미달하거나 가까스로 투자 수요를 확보한 상황이다.

◇은행들 가계·중소기업 대출로 눈 돌려 = 은행들은 대기업 여신 감소로 인한 이익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가계여신과 중소기업 쪽 확대를 꾀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3개월간 가계대출이 6조1956억원 늘었고, 중소기업 대출은 4조3822억원 증가했다. 특히 지난 9월 5000억원 한도로 출시됐던 주거래우대 중소기업대출이 2개월만에 완전 판매됐다. 바로 이어 1조원 한도로 2차 판매를 진행할 정도로 중소기업 여신 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려 나가고 있다.

국민은행도 올초 중소기업 대출 규모를 확대를 주요 전략을 삼았다. 이에 따라 1월 68조9455억원이던 중소기업 대출은 10월말 75조6964억원으로 6조7509억원 늘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가계·대기업·중소기업 대출이 모두 증가했다. 3개월 동안 각각 6조9980억원, 8조8460억원 늘었다.

그러나 주요 은행들 모두 가계 대출을 늘린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 여신 축소가 가계부채 확대 문제로 전이된다는 위험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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