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심사] 해마다 ‘쪽지예산’ ‘짬짜미’… 예비타당성 결과 첨부·예산실명제 도입 필요

입력 2015-11-0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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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적정성은 뒷전‘지역구 챙기기’ 선심성 예산 되풀이… 밀실에서 여야간 ‘나눠먹기’도 만연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재경 예결위원장(왼쪽)과 새누리당 김성태 예결위 간사(가운데)가 회의를 속히 진행하자며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간사에게 말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재경 예결위원장(왼쪽)과 새누리당 김성태 예결위 간사(가운데)가 회의를 속히 진행하자며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간사에게 말하고 있다.연합뉴스
본격적인 예산정국이 시작됐다. 19대 국회 마지막 예산심사에서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쪽지예산’ 등의 고질적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역구에 잘 보이기 위해 선심성 예산을 끌어오려는 행태는 해마다 반복돼 왔다. 전통적인 ‘쪽지예산’을 비롯해 문지방 예산 등 방법도 많고 그만큼 용어도 다양해졌다.

문제는 이에 대한 적절한 견제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매년 제도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고 국회의원들 스스로도 심각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누구도 스스로 권한을 줄이기 위해 총대를 메려 하지 않는다.

올해는 예산 부실심사 문제까지 제기됐다. 정부와 여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강행하자 야당에서 이를 문제 삼아 국회일정을 보이콧하고 나선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안은 법정시한인 12월 2일까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 원안이 자동 부의된다. 제한된 시간을 갖고 심사에 집중해야 할 때에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이슈에 발목이 묶였다.

◇쪽지예산·밀실심사 여전…내년 총선 앞두고 극성 = 쪽지예산은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등의 이해관계와 관련됐거나 부탁을 받은 사업예산을 반영하기 위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에 끼워 넣는 것이다. 정당·지역별 유력 정치인들을 시작으로 한 푼이라도 자신의 지역구로 돌리기 위한 작업이 끊임없이 일어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의 효율성과 적정성은 뒷전이 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쪽지예산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매년 제기돼 왔지만 제 몫을 챙기기에 급급한 의원들 때문에 매번 묵살돼 왔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도 쪽지예산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예결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은 이를 의식해 지난 5월 내정 직후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쪽지예산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와 국회의 뜻을 조화시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매체와 인터뷰에서는 “협의(狹義)의 쪽지 예산은 받지 않는다는 방침이 확고하다”면서 “최소한 해당 상임위나 예결위에서는 논의가 이뤄졌어야 한다. 논의조차 없었던 예산을 느닷없이 쪽지에 적어 들이미는 경우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산 심사 방식도 문제가 제기된다. 예결위 소위원들을 제외하고는 출입을 금지한 밀실을 만들어놓고 여야 간 나눠 먹기가 이뤄지는 ‘짬짜미’ 예산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밀실 논의 구성원은 종래에는 예결위원장과 예결위 여야 간사만으로 더욱 좁혀진다. 때문에 최종 협상에서 소수당이 소외된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이와 관련, 지난해 정의당 심상정 당시 원내대표는 “이번 예산안은 국회 예산자동부의제도를 절대명분으로 삼은 유례없는 깜깜이 밀실 예산이자,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예산으로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밖에 당초 정부안에 없었지만 사업 초기비용만을 끼워넣었다가 이후에 본격적인 사업 집행을 유도하는 ‘문지방 예산’도 만연한 상황이다. 주로 비용이 많이 드는 SOC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일단 기본설계비 등의 예산을 슬쩍 끼워넣는 수법으로 다른 사업 집행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이후에 일단 시작하고 나면 사업 시행 비용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문제가 있다.

◇ 전문가 “예비타당성 결과 첨부 강제…예산실명제도 시행”=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점과 관련해 예산 심사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서의 첨부를 강제하는 법 개정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국회 내에서 이뤄지는 예산의 밀실심사는 경계해야 하고 경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개 심사가 자발적으로 지켜지면 좋겠지만 법에도 그런 규정이 없으니까 처벌할 수도 없다. 결국 제도적인 개선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행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은 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예비타당성 분석보고서를 첨부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법에 ‘증액되거나 조정된 사업 정부안에 없는데 최종 제출된 사업은 규모가 작더라도 예비타당성에 비용편익 분석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명문화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말로 필요해서 증액돼야 하는 경우에는 의원실에서 자료를 준비하라는 것”이라며 “지역구 의원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서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치고 요구했다면 그런 노력은 인정해주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전문가들은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예산심사가 중단된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국정화의 찬반과는 별도로 정무와 정책을 분리해서 집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창원 한성대학교 교수는 “국회에 입법 기능 외에 중요한 것이 예산안 심의”라며 “예산심의는 정쟁으로 미룰 일도 아니고 예산심의의 세부지침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절차와 과정이 배제될 경우 행정부 안이 그대로 통과시킬 수 있다는 정도의 경고까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예산실명제’ 같은 제도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제안하면서 “예산심사에 여당 또는 야당의 누가 참여했다거나 혹은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내용을 명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식당의 원산지 증명처럼 예산도 마찬가지로 하루만 심사했다 혹은 여당 또는 야당 단독이다고 추적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10%만이 국정교과서에 찬성한다 하더라도 이들도 국민이고 이들의 돈도 세금으로서 예산에 들어가 있다”면서 “야당이 소수 국민의 의견을 버리는 셈이다. 올바른 행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제도적으로 보완은 어려울 것”이라며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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