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경제포럼] 1m 난쟁이와 10m 거인

입력 2015-09-0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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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 국회 기획재정위 야당 간사

며칠 전 ‘직장인 평균 월급 264만 원’ 제하의 기사가 온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누리꾼들은 “내가 평균을 깎아 먹는 사람” 등 자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무려 63%가 평균 월급 264만 원 아래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말정산을 하지 않는 아르바이트생·일용직·단기 임시직 같은 경우는 국세청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264만 원보다 적게 버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흔히 사람들이 느끼는 평균치와 실제 평균치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이른바 ‘통계의 함정’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쉽게 말해 아주 많은 월급을 받는 사람들 때문에 평균이 이렇게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회의원 재산 내역 평균을 낼 때 몇몇 의원들을 제외하고 평균 계산을 한다. 이 이유는 몇몇 의원은 평균치를 크게 훼손할 정도로 재산이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경제학자 얀 펜(Jan Pen)은 본인의 저서 ‘소득분배’(Income Distribution, 1971년)에서 ‘난쟁이 행렬’이라는 분석을 했다. 영국에서 소득이 있는 모든 사람을 소득이 적은 순부터 소득이 많은 순서로 키를 정해 1시간 동안 거리행렬을 하게 했다.

거리행렬 시작부터 한참 동안 키가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사람들이 행진을 하다가 행렬의 절반인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키가 1m인 사람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40분이 지난 후 2m가 넘는 사람이 나오다가, 행렬이 끝나기 직전에 키가 수십 미터, 심지어 수백 미터에 이르는 사람들이 나왔다.

결국 평균 임금은 키 큰 거인, 이른바 슈퍼리치들이 다 높여 놓은 수치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에서는 거리행렬에서 가장 중간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을 중위 소득이라고 부르고, 평균 소득과 구분한다. 중위 소득과 평균 소득의 차이가 클수록 이른바 불평등한 사회일 가능성이 높고, 슈퍼리치의 수가 많은 것이다.

같은 자료를 통해 보면, 우리나라의 중위 소득는 190만 원 언저리이다. 평균 소득과 70만 원 넘게 차이가 난다. 문제는 이러한 중위 소득과 평균 소득의 차이가 최근 10년간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만 봐도 소득 상위 1%의 평균 연봉이 2억2000여 만 원으로 전체 근로자 평균 연봉의 7배에 달하고,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거인의 키는 더 빨리 커지고, 난쟁이의 키는 별로 커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근로자별로 임금의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수많은 선진국은 수십 년 전부터 이 차이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줄여 나가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내수시장이 계속 붕괴되는 이유는 사실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월급이 적어 충분히 소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갑이 얇아지니 당연히 지갑에서 꺼내는 돈도 줄어들고 있다. 반면 수많은 부자들의 지갑은 돈을 꺼내고 꺼내도 여전히 두껍다. 심지어 매년 더 두꺼워지기만 한다.

결국 정부와 정치권이 나아가야 할 경제활성화 방안은 평균 임금도 받지 못하는 63%의 임금을 높여 서민주도적으로 내수가 살아나게 하는 소득주도형 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부자들이 돈을 풀어야 소비가 늘어난다는 환상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오히려 서민들의 얇디얇은 지갑이 두꺼워지면 빠른 속도로 시장에 돈이 풀리고 내수가 살아난다.

평균 연봉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으로 생활하는 근로자들이 1000만 명이 넘고, 소득세율 최고 구간보다 더 높은 수억 원 연봉의 거인들도 수만 명이 넘는 지금의 현실 속에서는 시장에 돌아야 할 돈이 거인들의 지갑 속에서 잠자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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