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 어디로①] 규제에 막히고 외국산에 치이고…‘종이 호랑이’ 된 게임 강국

입력 2015-08-10 11:25 수정 2015-08-2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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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수수료도 걸림돌…김택진 대표 “개발사는 소작농”

한국 게임산업이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조타수를 잃고 표류하는 배처럼 좌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와 외국 기업의 추격으로 샌드위치에 놓인 탓이다. 한때 글로벌 게임산업을 호령하던 한국의 게임산업은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고, 생존 경쟁에서도 경쟁 열위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 게임기업이 셧다운제와 웹보드게임 규제 등으로 몸살을 앓는 사이 외국 게임기업이 그 틈을 파고들었다.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한국 게임산업이 외국 기업에 종속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까지 흘러나왔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 게임기업은 한국 게임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구글 플레이와 애플 스토어는 한국 게임의 모바일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두 곳에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고 나면 한국 게임기업이 손에 쥐는 수익은 미미하다는 한숨만이 게임업계를 뒤덮었다. 사면초가에 상황에 내몰린 한국 게임산업의 성장시계도 멈췄다.

2007년부터 성장세를 타던 한국 게임산업은 2012년을 정점으로 주춤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한국 게임산업은 수년 내에 존재감을 잃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에서는 총 5회에 걸친 시리즈 기획을 통해 한국 게임산업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대안점을 모색하고자 한다.

한국 게임산업이 벼랑 끝에 몰렸다. 정부의 규제 덫에 걸린 상황에서 외국 게임기업의 공세까지 겹치면서다. 한국의 게임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진 데에는 정부의 규제 일변도가 한몫했다는 게 중론이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게임산업에 브레이크가 걸린 시점과 일치한다는 점에서다. MB(이명박)정권 시절인 2012년 정부는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막고 수면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온라인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강제로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다.

이어 정부는 2013년 고포류 게임규제안을 내놓았다. 한 판당 최고 베팅 규모는 1만원으로 제한하고 하루에 10만원을 잃을 경우 48시간 게임 이용이 금지되는 게 골자다. 또한 고포류 게임을 이용할 때마다 본인 인증을 강제토록 했고, 게임 내 선물하기와 자동 플레이 등도 불허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규제안은 지난해 2월부터 적용되면서 NHN엔터테인먼트 등 웹보드 게임 기업들이 타격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외국기업들의 한국 공략은 거세졌다. PC방 점유율 기준으로 2011년 10%에 머물던 외국 게임점유율은 2012년 급격히 성장하더니 2013년 2분기에는 44.8%까지 치고 올라왔다. 반면 2011년 50% 이상 유지했던 한국 게임점유율은 급격히 고꾸라지더니 2013년 2분기에는 20%로 추락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은 한국이 아니다. 중국에게 오래전에 넘겨줬다.

글로벌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중국이 처음 두각을 보인 시점은 2008년이다. 중국의 폭발적 성장세에 밀리면서 한국을 크게 따돌리고 있다. 한국 게임은 2007년 중국 게임보다 10% 이상 앞섰지만, 2008년 역전을 당한 뒤 2013년에는 두 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2013년 PC방 점유율 기준으로 한국 게임은 21.3%에 머문 반면 중국 게임은 50% 이상으로 확대됐다.

온라인 게임시장을 이을 모바일 게임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을 대표하는 모바일 게임 플랫폼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구글 플레이와 애플 스토어는 한국 모바일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핵심조건이다. 하지만 과다한 수수료가 걸림돌이다. 게임 매출의 30%를 고스란히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 게임기업인 엔씨소프트를 이끌고 있는 김택진 대표의 쓴소리도 이 같은 기형적인 구조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말 2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 대표는 “구글, 애플, 다음카카오에 수수료를 떼어주고, 다시 마케팅업체 몫을 주고 나면 개발업체가 먹는 것은 매출의 20%밖에 안 된다”며 게임개발사를 ‘소작농’에 비유했다.

전문가들도 게임산업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서도 과도한 수수료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게임학회 회장인 이재홍 숭실대 교수는 “현재 한국 게임산업은 악순환의 고리처럼 과도한 수수료로 인해 게임 개발이나 창업자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며 “게임산업의 가장 기본 토대인 투자와 창업이 활발하지 못하면서 게임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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