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여행의 기술

입력 2015-05-1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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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제일기획 캠페인6팀 프로

취미를 적는 칸에 ‘여행’이라는 단어를 안 써본 사람이 있을까.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어디로 떠나라는 식의 수많은 여행 독려 서적과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될 몇 가지의 리스트에 여행이 꼭 포함되어 있어 강제 아닌 강제성에 대한 알량한 반항심이 들었다.

이러한 선입견 탓에 뒤늦게 덜컥 주어진 휴가를 알차게 써보고자 홀로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국내 여행도 혼자 떠나본 적이 없는 나의 첫 여행지는 도시 중에 도시, 뉴욕이었다. 뉴욕을 시작으로 나름의 여행 공식이 생겼다.

첫째, 10시간 이상의 비행을 할 것. 주어진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멀리 갔다 오는 것이었다.

둘째, 한 도시에 머물 것. 그리고 매일 들락날락하는 단골집을 만들 것. 그것이 내 여행 방식이었다. 남들에 비해 많은 나라, 많은 도시를 가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맨해튼 구석구석을, 파리 라 데팡스에 10일간 머물며 파리 골목 골목을, 바르셀로나 현지인의 집을 빌려 여행 기간 내내 밤에 들렀던 작은 바의 주인과 헤어지며 아쉬움의 작별인사까지 할 수 있었다.

내게 남겨진 여행의 기억은 이런 것이다. 자유의 여신상, 에펠탑, 가우디의 건축 역시 멋진 기억들이지만, 그곳에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건 그때 그곳의 날씨와 뜨거운 햇살 아래서 마셨던 길거리 맥주, 주말 아침 일찍 열렸던 장터, 싸고 달콤했던 과일들, 낯선 곳에서 따스하게 맞이해주었던 숙소의 주인, 그런 것들이 다시 여행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이제는 그 누구보다 여행 예찬론자가 되었지만 여행이 가장 설렐 때는 ‘떠나기 전’이다. 목적지가 정해지고 나면 그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소설을 찾아보곤 한다.

특히, 영화보다는 소설 속에 등장한 배경을 직접 찾아가 그곳에서 그 장면을 다시 읽어보곤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여행서적이 없다. 가장 최근에 떠났던 부다페스트에는 시쿠 부아르키의 ‘부다페스트’를 들고가 마지막 장을 넘겼다. 여행의 기술이라는 건 특별하지 않다. 그저 나의 취향이 오롯이 반영된 방식이니 지난 여행을 되돌아보고 한 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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