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3월 27일 先憂後樂(선우후락) 근심은 내가 먼저, 즐기는 건 나중에

입력 2015-03-27 10:36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중국 북송(北宋) 때의 명재상 범중엄(范仲淹·989~1052)의 ‘악양루기’(岳陽樓記)에 이런 말이 나온다. “옛날 어진 사람들은 지위나 물질적인 것에 기뻐하거나 자기 신세를 슬퍼하지 않았다. 조정의 높은 지위에 있을 때는 오로지 백성들의 노고를 우려하고, 벼슬에서 물러나 있을 때는 오로지 임금의 과실을 걱정한다. 나아가도 근심이요 물러나도 걱정이다. ‘그렇다면 그들(어진 사람들)은 언제 즐거워하는가’ 하고 묻는다면 ‘천하의 근심을 먼저 근심하고[先天下之憂而憂] 천하의 즐거움을 나중에 즐긴다[後天下之樂而樂]’고 답할 것이다.”

두보(杜甫)의 시로 잘 알려진 악양루는 뚱띵호[洞庭湖]와 양쯔강을 전망할 수 있는 웅대한 경관으로 유명하다. 범중엄은 1045년 악양루를 개수할 때 파릉군 태수인 친구 등자경의 부탁을 받고 이 글을 썼다. 우국충정을 담은 천고의 명문이다. 그는 1041~1048년에 ‘경력신정’(慶曆新政)이라는 개혁정치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아부할 줄 모르고 바른 말을 잘 해 세 차례나 귀양 가는 수난을 당했다. 경력은 인종(仁宗)의 연호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李德懋·1741~1793)는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서 돈 10만 관이 생기면 뭘 하겠느냐는 벗들의 질문에 “절반은 비옥한 밭을 사고, 그 나머지는 범중엄이 의전(義田)을 만들어 가난한 친척을 돌봐주었듯 친척 중 굶는 자에게 주겠다”는 등 몇 가지 남을 돕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범중엄은 이렇게 선비들의 사표였다.

그의 인품은 ‘강상어자’(江上漁者)라는 시에서도 엿볼 수 있다. “江上往來人 但愛鱸魚美 君看一葉舟 出沒風波裏(강 위를 오가는 사람들/농어 맛을 즐길 줄만 아는데/그대들 보게나 작은 배 하나/풍파 속에 출렁대는 것을)” 농어만 즐기지 말고 농어를 잡는 이들의 고생도 알라는 뜻이다. fusedtree@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달러가 움직이면 닭이 화내는 이유?…계란값이 알려준 진실 [에그리씽]
  • 정국ㆍ윈터, 열애설 정황 급속 확산 중⋯소속사는 '침묵'
  • ‘위례선 트램’ 개통 예정에 분양 시장 ‘들썩’...신규 철도 수혜지 어디?
  • 이재명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 62%…취임 6개월 차 역대 세 번째[한국갤럽]
  • 겨울 연금송 올해도…첫눈·크리스마스니까·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해시태그]
  • 대통령실 "정부·ARM MOU 체결…반도체 설계 인력 1400명 양성" [종합]
  • ‘불수능’서 만점 받은 왕정건 군 “요령 없이 매일 공부했어요”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3,463,000
    • -3.45%
    • 이더리움
    • 4,594,000
    • -3.83%
    • 비트코인 캐시
    • 853,000
    • -0.87%
    • 리플
    • 3,074
    • -3.88%
    • 솔라나
    • 199,700
    • -6.2%
    • 에이다
    • 630
    • -5.97%
    • 트론
    • 426
    • +0.95%
    • 스텔라루멘
    • 368
    • -2.9%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640
    • -1.23%
    • 체인링크
    • 20,540
    • -4.6%
    • 샌드박스
    • 213
    • -6.9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