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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杜甫)의 시로 잘 알려진 악양루는 뚱띵호[洞庭湖]와 양쯔강을 전망할 수 있는 웅대한 경관으로 유명하다. 범중엄은 1045년 악양루를 개수할 때 파릉군 태수인 친구 등자경의 부탁을 받고 이 글을 썼다. 우국충정을 담은 천고의 명문이다. 그는 1041~1048년에 ‘경력신정’(慶曆新政)이라는 개혁정치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아부할 줄 모르고 바른 말을 잘 해 세 차례나 귀양 가는 수난을 당했다. 경력은 인종(仁宗)의 연호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李德懋·1741~1793)는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서 돈 10만 관이 생기면 뭘 하겠느냐는 벗들의 질문에 “절반은 비옥한 밭을 사고, 그 나머지는 범중엄이 의전(義田)을 만들어 가난한 친척을 돌봐주었듯 친척 중 굶는 자에게 주겠다”는 등 몇 가지 남을 돕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범중엄은 이렇게 선비들의 사표였다.
그의 인품은 ‘강상어자’(江上漁者)라는 시에서도 엿볼 수 있다. “江上往來人 但愛鱸魚美 君看一葉舟 出沒風波裏(강 위를 오가는 사람들/농어 맛을 즐길 줄만 아는데/그대들 보게나 작은 배 하나/풍파 속에 출렁대는 것을)” 농어만 즐기지 말고 농어를 잡는 이들의 고생도 알라는 뜻이다. fused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