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 전성시대] 대표이사 해임에 M&A 캐스팅보트까지 ‘파워’ 과시

입력 2014-12-09 11:12 수정 2014-12-0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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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압박하는 ‘슈퍼개미’

지난 1일 경기도 평택시 가보호텔.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서 선풍기로 유명한 신일산업의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한 회사 주총이 두 군데에서 동시에 열리는 이색적인 상황이었다. 회사 측과 ‘슈퍼개미’ 황귀남씨를 비롯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쪽의 갈등 탓이다. 송권영 대표이사 해임과 신임이사 추천이 주요 안건으로 올라와 양측의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됐지만, 주총장 현장에서 갈등이 빚어졌고 결국 양측이 따로 주총을 연 것이다.

황귀남씨 측이 연 주총에서는 임시 의장 선임, 본점 이전 관련 정관 변경, 이사 해임과 선임, 신규 감사 선임안 등의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회사 측이 연 주총에서는 송 대표이사 해임안 등이 부결됐다.

황귀님씨 측 방민주 변호사는 “신일산업 주최 총회에서는 모든 안건이 부결됐고 우리 측에서는 송권영 대표의 해임이 통과됐다”며 “임시주총은 하나밖에 있을 수 없다. 소집권자는 윤대중 대표로 신일산업 측이 연 임시주총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일산업 관계자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7시 20분께 이미 150명 이상의 주주가 총회장에 들어가 있었다”며 “주주 확인 및 개표를 같이하자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따로 주주총회가 열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시의장을 선임하기 전까지는 정관, 선거규정이나 회사의 대표이사가 안건을 상정하기까지는 진행하는 게 맞다는 법리적 판단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들 회사 측과 슈퍼개미 측의 갈등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업계에서는 신일산업이 슈퍼개미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게 됐다고 분석한다. 최근 기업의 인수ㆍ합병(M&A)이 빈번해지면서 ‘캐스팅보트’를 쥔 슈퍼개미의 역할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지난 8일 ‘신흥 슈퍼개미’로 불리는 손명완 세광무역 대표는 영화금속 주식 23만5000주(지분 0.5%)를 장내에서 추가 매수해 총 354만주(7.5%)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앞서 3일 손 대표는 오스템 주식 130만주(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보유 목적은 ‘경영 참여’다. 손명완 세광 대표는 이미 올해 코스닥기업에 대해 잇따라 경영참여를 선언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에코플라스틱, 티플랙스, 영화금속, 동원금속, NI스틸 등 7곳이 넘는다.

올 초 녹십자가 단숨에 일동제약 최대주주와의 지분 차이를 5%포인트 이내로 좁힐 수 있었던 것은 ‘슈퍼개미’로 알려진 개인투자자 이호찬씨의 역할이 컸다.

이씨는 지난 1월 10일 장외에서 보유지분 315만623주(12.57%)를 2대주주인 녹십자에 넘겼다. 주당 매매가격은 10일 종가(1만950원)보다 14.5% 할증된 1만2500원으로 총매매가격은 394억원에 달했다. 이호찬씨가 10년 넘게 분할 매수하면서 투자한 금액은 1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매로 30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남긴 셈이다.

슈퍼개미들이 경영참여에 나서는 가장 큰 명분은 주주가치 제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거액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원하는 수익률을 거두지 못하자 기존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슈퍼개미들이 시세 차익을 챙기는 바람에 다른 소액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있다. 시세차익을 노린 슈퍼개미의 경영권 분쟁으로 피해를 본 팀스 주주들이 대표적이다.

투자자문사 운용역 출신의 권모씨는 지난해 ‘스틸투자자문’을 설립했다. 권씨는 투자자문사 설립 초기부터 적극적 주주활동을 하는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며 관심을 불러 모았다. 소액주주운동과 적대적 M&A를 하려는 지분공시, 보도자료 등을 배포해 교육용 가구업체로 코스닥에 등록된 ‘팀스’의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 이후 주식 보유자들의 기대감을 키워 주가를 올렸다. 이때 자신은 돌연 주식을 처분해 차익을 챙겼다. 그는 지분 5%가 넘는 주주가 공시를 해야 하는 제도를 악용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권씨는 33개의 계좌를 이용해 이런 방법을 반복했다. 결국 권씨는 지난 9월 법정에서 징역 3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슈퍼개미들이 개입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들 기업에 대한 정확한 사정을 파악한 후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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