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청와대 문건을 둘러싼 미스터리

입력 2014-12-0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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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윤회씨가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을 비롯한 10명과 회동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끌어내리려 했다는 문건을 둘러싸고 지금 정치권은 난리가 났다. 당사자들은 펄쩍 뛰고 있고, 청와대 역시 이 문건은 시중에 나도는 찌라시를 모은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를 고소했다.

그런데 이 문제가 복잡하다 보니 좀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먼저 이 사건에서 사실이 뭐고, 사실 확인이 안 되는 부분이 무엇인지부터 구분해 보자.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 문건이 청와대에서 작성된 것은 맞다. 그런데 이 문건이 청와대 문건이 맞다면, 과연 청와대는 찌라시를 종합한 정도의 문건을 보고서로 만드느냐 하는 의문점이 남는다. 물론 청와대도 각종 찌라시를 모아 나름 사실 여부를 판단하겠지만, 이렇게 보고서로 만들어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구두 보고라도 하는 것이 관례인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찌라시를 갖고 대통령 비서실에서? 대통령 비서실 문건은 대통령도 보는 것인데, 그걸 함부로 작성할 수 없습니다. 찌라시 내용은 확인이 되어야만 보고할 수 있는 것이지 찌라시만 가지고 보고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주장을 놓고 볼 때 문제의 문건은 더욱 사람을 헷갈리게 만든다.

어쨌든 이 내용이 ‘찌라시 모음’이라고 치더라도 의문점은 남는다. 바로 누가, 왜, 어떤 목적에서 이 문건을 외부로 유출시켰는가 하는 점이다. 청와대에서 작성된 문건은 USB에 저장하거나 인터넷 메일 등으로 옮겨질 수 없다. 이메일 자체가 봉쇄되어 있을 뿐 아니라 만일 누군가 USB에 문건을 복사한다 하더라도 다른 컴퓨터에서는 이 문건이 아예 뜨지 않는 걸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의 경우처럼, 청와대의 문건이 원형의 모습으로 외부, 그것도 언론사에 전해질 확률은 정말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 문건을 유출한 것만은 분명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무슨 의도로 청와대 문건, 그것도 정윤회씨 관련 문제를 갖고 나와 퍼뜨렸느냐도 중요한 부분이다. 만일 누군가 의도했다면 이는 청와대 내부의 권력투쟁 가능성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실제 정윤회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부에선 박근혜 대통령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 나를 이용한다”고 말해 그 ‘일부’가 누구인지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즉, 그의 이런 발언이 청와대 내부의 권력투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더욱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이런 문건이 유출됐을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덮어둔 청와대의 대응이다. 청와대도 문건이 유출됐음을 인지했을 때 나름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에는 문건을 작성한 박 모 경정이 문건 유출의 당사자라고 결론지었지만, 그 이후 다른 사실이 밝혀져 박 모 경정이 아닌 제3의 인물이 문건을 유출했다는 추정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렇듯 다른 사람이 지목됐을 때는 이를 다시 조사하는 게 상식이지만 청와대가 이를 그냥 덮었다는 사실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어쨌든 지금 검찰이 밝혀야 할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청와대 역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이미 청와대는 언론사를 상대로 정윤회씨 관련 문제에 대해 두 번의 소송을 냈다. 그럼에도 청와대의 단호한 입장 표명은 아직 없다. 지난 1일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문제는 하루빨리 밝혀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이 문서 유출을 누가 어떤 의도로 해 이렇게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지에 대해 조속히 밝혀야 한다”는 정도의 언급을 했을 뿐이다. 이제는 청와대가 나서 단호히 정윤회씨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런 종류의 비선 문제는 추측성이 많아 시간이 갈수록 더욱 소문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정권 차원의 부담일 뿐 아니라 진짜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권이 레임덕에 빠지느냐의 여부도 이번 일의 수습에 달려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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