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충돌이 ‘5차 중동전’으로?…확전 막기 위한 3가지 조건 [이슈크래커]

입력 2023-10-10 16:34 수정 2023-10-1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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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건물. (신화/뉴시스)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건물. (신화/뉴시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교전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한 데 이어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고,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민간인 주택을 폭격할 경우 군인 및 민간인 포로 처형을 단행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양측의 무력 충돌은 격화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엔 긴 역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양측은 오랜 시간에 걸쳐 수차례 갈등을 빚어왔는데요. 이번 충돌에 대해선 국제사회의 남다른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확전 시 ‘5차 중동전쟁’ 발발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AP/뉴시스)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AP/뉴시스)
이스라엘 vs 팔레스타인, 대규모 충돌만 4차례…이번 공격 배경은?

이번 충돌은 7일 오전 6시 30분께부터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대적인 로켓포 공격을 개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날 새벽부터 약 7000발의 로켓포 공격이 이스라엘에 쏟아졌다고 하는데요. 로켓만 쏜 게 아니라, 패러글라이딩으로 하늘을 통해 침투하거나 지상으로 분리 장벽을 넘어 진군하면서 민간인들을 납치해가기도 했죠. 이 과정에서 하마스가 의식을 잃은 나체의 여성을 트럭에 태우고 행진하는 등 참혹한 모습이 온라인상에 공개되면서 충격을 줬습니다.

양측의 무력 충돌은 이스라엘 건국 이후 지속돼 온 영토 갈등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입니다. 이스라엘이 1948년 아랍인들의 거주지였던 팔레스타인 지역에 건국한 게 갈등의 시초가 됐습니다. 이스라엘은 건국 직후부터 팔레스타인 등 아랍권과 10여 차례 크고 작은 전쟁을 치렀는데요. 이 과정에서 양측에서 최소 3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전쟁 규모의 대규모 충돌만 4차례 일어났습니다. 1948년 발발한 제1차 중동전쟁은 이스라엘 건국과 동시에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등 5개국 아랍 연합군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시작됐습니다.

제2차 중동전쟁은 1956년 7월 가말 압델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이 수에즈운하를 점령하면서 시작됐고,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는 대승을 거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등 요충지를 확보했죠. 1973년엔 이집트의 기습 선제공격으로 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했습니다.

하마스는 이번 침공 작전에 ‘알아크사 홍수’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알아크사는 예루살렘의 성전산에 있는 성지로, 유대교로서는 유대 다윗 왕이 터를 잡고 그 아들인 솔로몬이 성전을 완공한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또 기독교 입장에서는 신약 성경 시대의 배경, 예수의 주요 활동지가 되죠. 한편으로는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하마드가 승천했다는 전설까지 지닌 곳입니다.

여기엔 이슬람 초기 사원인 바위돔과 알아크사 사원이 있는데요. 100여 년 전에 체결된 합의에 따라 지금은 이슬람교도들만이 이 건물에서 기도할 수 있습니다. 이슬람교도가 아닌 이들은 특정 시간에, 특정 구역만 방문할 수 있죠.

그러나 이슬람교도들은 이곳에서 유일한 숭배자가 될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고, 확산하는 극우 유대인 운동과 이스라엘 극우 정부의 활동으로 유적지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마스도 이번 공격을 시작하면서 “성지를 방어하기 위해 토요일에 알아크사 폭풍 공격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이번 충돌의 배경은 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된 민족 간 갈등뿐 아니라 종교적 정체성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셈입니다. 특정 국가를 가해자나 피해자로 규정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죠.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수교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스라엘은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 바리인 등과 관계를 정상화했고, 최근에는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국교 정상화를 추진 중인데요. 사우디마저 이스라엘과 손을 잡으면 중동 내 하마스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기에, 제동을 걸기 위해 공격에 나섰다는 겁니다.

▲9일(현지시간 )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마운트 헤르즐 묘지에서 열린 로이 레비 대령의 장례식에서 한 남성이 애도하고 있다. (AP/뉴시스)
▲9일(현지시간 )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마운트 헤르즐 묘지에서 열린 로이 레비 대령의 장례식에서 한 남성이 애도하고 있다. (AP/뉴시스)
외신 “첩보 강국 이스라엘, 하마스 공격 몰랐다”…‘5차 중동전쟁’ 우려도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번 하마스의 선제공격은 공교롭게도 제4차 중동전쟁이 시작된 지 50년 만에 발발한 것이고, 기존 공격 패턴과 다르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죠.

이스라엘은 중동 최강 첩보 강국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이번 하마스의 기습 가능성은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이스라엘 양대 정보기관인 신베트(국내 첩보)와 모사드(해외 첩보), 이스라엘 방위군(IDF)도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스라엘은 위성, 드론 등 최첨단 감시 장비를 통해 특히 가자지구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고, 팔레스타인에 첩자를 파견해 각종 현안을 취합하고 있죠.

블룸버그통신은 “4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가장 큰 실패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감시는 고도로 정교하며, 정보기관의 중요한 임무가 하마스 활동 감시”라며 “(이날 하마스 기습이) 오랜 세월 (이스라엘의) 정보 실패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 니르 디나르 소령은 이번 하마스 공격을 “911테러”에 비유하며 “하마스는 육해공에서 급습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이스라엘 보안 소식통은 이스라엘 보안 당국이 하마스에 속았다고 로이터에 전하기도 했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사망자 늘어날 전망…관건 중 하나는 이란의 개입 여부

격렬한 교전이 이어지던 가자지구 주변 통제권을 확보한 이스라엘은 이제 ‘하마스 궤멸’까지 벼르고 있는데요.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가자지구에 대한 완벽 봉쇄를 지시했다”며 “전기도 식량도, 연료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닫힐 것”이라고 엄포를 놨죠. 이스라엘은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한 데 이어 조만간 하마스 지휘부에 대한 대규모 암살 작전도 전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하마스 섬멸을 넘어 중동 질서 변화를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이번 교전으로 인한 사상자 수도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무력 충돌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이 경우 양측의 적대적 감정 골이 더 깊어지면서 사태가 악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 지상군이 하마스를 완전히 소탕하기 위해 탱크를 앞세워 가자지구로 진격한다면 제5차 중동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이스라엘 군대가 가자지구에 진입하면 2014년 이후 9년 만의 지상군 투입이 됩니다. 이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보복전에 대응해 민간인 인질들을 처형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민간인 주택을 사전 경고 없이 공격할 때마다 이스라엘 민간인 포로 1명을 처형할 것이라고 밝혔죠. 결국 빠른 시일 내에 사태를 진정시키는 것이 전쟁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우선 조건인 것이죠.

여기에 다른 아랍국 참전 여부도 확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국교 정상화를 반대하며 하마스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을 주목할 필요가 있죠. 이란이 하마스 공격 배후에 있다면, 미국과 이란 간 ‘강 대 강’ 대리전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8일 UN 주재 이란 대표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관여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이스라엘은 이란이 하마스를 포함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람 지하드 등에 자금 및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이 직접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이거나 주변 아랍국이 동참하는 등 본격적인 5차 중동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국제 사회의 중재 움직임도 중요합니다. 이란 배후설이 불거지면서 국제 유가는 급등했고,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비화할 경우 원유 생산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유통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데, 이 경우 최근 진정세를 보이는 인플레이션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죠. 세계 경제가 또 하나의 큰 리스크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분쟁 확대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정당한 권리를 얻고, 희망과 열망을 이루며,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해서 그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양측 핵심 인사들과 전화 외교에 나섰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카타르 정부는 하마스에 잡힌 인질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를 풀어주는 대신 이스라엘에 억류된 팔레스타인인 여성과 어린이를 석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이집트의 중재로 최소한 여성과 어린이들만큼은 석방하려 한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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