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결혼] 혼인전계약서에 합리적 재산분할 약정, 세금 면에서 유리

입력 2018-08-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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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혼인전계약(Pre-nuptial Agreement)의 실제 사례를 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간혹 드라마에 등장하는 혼인전계약에 대한 설정을 보면, 부잣집 예비 시어머니가 가난한 집안의 예비 며느리에게 자기 아들과 결혼하고 싶으면 재산에 대한 권리가 전혀 없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으나 일상적인 일은 아니다.

위와 같은 실상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 상당수는 혼인전계약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필자도 그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우리 민법 제829조의 '부부재산 약정'은 '부부가 혼인신고 전 재산에 관해 약정한 때에는 혼인 중 이를 변경하지 못하고, 부부가 재산에 관해 따로 약정할 경우 혼인신고 전까지 등기하지 않으면 부부의 승계인 또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민법 제829조와 관련해 '혼인 중 재산 관계에 대한 약정이므로 혼인 종료 후의 재산 관계에 대해서는 규정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혼인종료 후의 재산 관계에 대한 사항도 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좀 더 많아지는 추세다. 결국 우리 민법에서 인정될 수 있는 혼인전계약은 재산과 관련해서는 제829조의 부부재산 약정이, 그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일반 민법 원리가 적용되는 기타 합의가 결합한 모습일 것이다.

다만 이러한 합의에는 일정한 실체법적, 절차법적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실체법적인 한계로는 일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약정, 예를 들어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이혼의 원인으로 할 수 없도록 한다든지, 배우자 일방의 모든 재산 행위에 다른 일방의 동의가 필요하다든지 등이 있다. 이 같은 혼인전계약은 헌법상 기본원칙인 부부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무효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절차법적인 한계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정당성이 떨어지는 경우다. 혼인전계약은 당사자 간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특히 일방이 불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히 협상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될 때 체결돼야 한다. 또 양 당사자가 독립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고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 등을 이용해 한쪽에 현저하게 불리한 약정이 체결됐다고 판단되면 해당 약정은 무효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혼인전계약과 관련한 법 체계는 추후 법원 판례 등을 통해 정립돼야 한다. 대표적으로 이혼 시 재산분할에 관한 내용을 혼인전계약으로 정할 수 있는지 등 재산 청산을 둘러싼 문제가 있다. 엄밀히 따지면 우리 대법원은 민법상 재산분할 협의의 당사자를 ‘이미 이혼을 마친 당사자 또는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로 보고 있어 아직 혼인을 하지 않은 예비부부가 이혼 시 재산분할에 관한 사항을 합의할 수 있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나아가 이혼이 아닌 배우자 일방이 사망할 경우 혼인전계약에 따라 재산을 청산할 수 있는지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법률상 정해진 배우자의 상속권 및 배우자 일방의 유언에 따른 본인 재산의 처분행위 등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 측면에서 보면 혼인전계약은 재산분할 시 유리하게 활용될 수 있다. 재산분할제도는 부부가 혼인 중 취득한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며 공유물분할의 성격을 지닌다. 또 이혼 후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대방을 부양한다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재산분할에 따른 재산의 이전에 대해서는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규정 취지에 반하여 상당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과대하고 상속세나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 그 실질이 증여라고 평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증여세가 과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인 자산의 유상양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혼인전계약 등을 통해 합리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재산분할 약정을 미리 해둔다면 위와 같은 재산분할에 따른 비과세를 실체적∙절차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과세관청과의 분쟁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

혼인전계약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은 아니지만, 근래 선고된 대법원 판결 중에는 재산분할을 위해 가장 이혼을 하고 사실상 재산을 증여했다고 본 과세관청의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한 사례가 있다. 대법원은 법률상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원고와 망인은 합의해 이혼한 이상, 원고가 상속재산분쟁을 회피하기 위해 망인의 사망 직전에 이혼한 것으로 의심되거나 이혼 후에도 망인과 동거하면서 사망 시까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사정만으로는 가장 이혼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6두58901 판결). 이 사안은 혼인 당시 망인에게는 전처와 사이에 5명의 자녀가 있었고, 원고와 망인 사이에는 자녀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법률상 많은 함의가 있는 판결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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