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참에 독립운동을 하다가 강제로 이주당해 카자흐스탄에서 생을 마친 독립유공자의 유해 봉환식을 주관하고 유해를 대통령 전용기에 모시고 귀국했다. 화물칸이 아니라, 대통령 전용기 좌석에 모시고 돌아옴으로써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진즉에 이런 세상이 되었어야 한다. 독립유공자는 곤궁한 생활에 허덕이는데...
예전에는 천하의 모든 것이 다 변한다 해도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변하지 않고, 부모에 대한 자식의 효심 또한 변할 수 없다는 말을 당연하게 여기고 했었는데 요즈음엔 그런 말이 그다지 쉽게 나오지를 않는다. 부모와 자식 사이가 옛날과 판이하여 갈등이 적지 않다. 이런 갈등을 ‘세대 간 갈등’의 한 양상으로 간주하여 오히려 당연시하면서 ‘효(孝)’를 거론하는...
5월 4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쏜 발사체가 방사포와 신형 전술유도무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포는 放射砲라고 쓰며 각 글자는 ‘놓을 방’, ‘쏠 사’, ‘쇠뇌 포’라고 훈독하는데, ‘放’은 ‘넓히다’는 의미로도 쓰이는 글자이므로 放射는 “중앙의 한 점으로부터 바퀴살 모양으로 넓게 내뻗치다”라는 뜻이다. 방사포는 “여러 발의 포탄을 상자형의...
맹자 공손추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단서가 되는 인(仁), 수오지심(羞惡之心)의 단서가 되는 의(義), 사양지심(辭讓之心)의 단서가 되는 예(禮), 시비지심...
100년 전,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수립했던 그 4월이 다가고 5월의 첫날이다. 가버린 4월을 되돌아보며 우리는 과연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의미를 잘 새기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북·미 문제를 포함하여 최근 우리나라를 에워싸고 있는 주변국들과의 관계, 특히 일본과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과거의 역사...
연일 윤중천·김학의 사건과 마약과 성매매와 성접대, 강간 사건 등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때 많은 부와 영광을 누렸으나 스스로 잘못된 길을 걸음으로써 나락에 떨어진 사람들에 대한 보도이다.
나락은 한자로 ‘奈落’ 혹은 ‘那落’이라고 쓰는데 국어사전은 ‘지옥’이라고 풀이하면서 “죄업을 짓고 매우 심한 괴로움의 세계에 태어난 중생이나...
표범의 털이 아름다운 까닭은 그만큼 관리를 잘하기 때문이다. 표범은 자신의 털이 안개에 싸이거나 비를 맞으면 추하게 변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날씨가 궂으면 아예 바깥출입을 않고 굴속에 숨는다고 한다. 이처럼 털 관리를 잘하는 표범은 가을철이 되면 모든 털이 털갈이를 말끔하게 함으로써 무늬가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워진다고 한다. 이로부터 ‘표변(豹變...
누가 언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사회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말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뜻으로 쓰고 있다. 욕인 듯 아닌 듯, 핀잔을 주는 말인 듯 아닌 듯이 사용하면서 적잖은 애교도 띠었던 말이었는데 근래에 이 말과 비슷한 변종 속어들이 나오면서 불쾌한 욕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가...
기독교인들로부터 온 부고 중에는 “오늘 저의 아버님께서 소천하셨습니다”라는 식으로 더러 ‘소천’이라는 말을 사용한 경우가 있다. 동료 기독교인에게 ‘소천’이 무슨 뜻이며 한자로는 어떻게 쓰느냐고 물었더니 ‘召天’이라고 쓰며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는 뜻이라는 설명을 해 주었다. 본래부터 기독교에서 사용하는 말이냐고 물었더니 성경에 나오는 말인지...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별세와 관련한 보도 중에는 “갑작스런 부고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가속화”라는 표제의 기사가 있었는가 하면, “조 회장의 부고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기사도 있었고, “8일 한진그룹조차 조 회장의 부고를 처음 알리면서”라든가, “갑작스런 부음 소식을 듣고” 등의 기사가 있었다. 다 잘못 쓴 기사이다. “갑작스런 부고”는 “갑작스런...
지난 토요일 즉 4월 20일은 곡우였다. 태양이 한 해 동안 지나는 길을 황도(黃道)라고 하는데 이 황도를 춘분을 기점으로 삼아 15°씩 나누면 24개로 나뉜다. 이렇게 나뉜 24개의 점에 태양이 위치하는 때를 24절기라고 한다. 곡우는 24절기 중 여섯 번째 절기로 음력 3월 중순, 양력 4월 20일 무렵에 해당한다.
곡우는 ‘穀雨’라고 쓰며 각 글자는 ‘곡식 곡’, ‘비 우’라고...
내일은 4·19혁명 59주년이다. 1960년 4월 19일,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이룬 대한민국 최초의 혁명이자 아시아 최초로 성공한 시민운동이다.
혁명은 ‘革命’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가죽 혁’, ‘목숨 명’이라고 훈독하는데, 여기서의 ‘命’은 하늘이 내린 운명 즉 ‘천명’이라는 뜻이 더 강하다. ‘革’은 본래 짐승의 가죽을 가리키는데 짐승은 계절에 따라...
어제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5주기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세월호 참사 희생자 5주기’라고 해야 한다. 국어사전은 ‘주기’에 대해 “사람이 죽은 후 해마다 돌아오는 그 죽은 날, 즉 제삿날”이라는 풀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세월호가 침몰하는 참사로 인하여 희생된 사람들의 ‘다섯 번째 제삿날’인 것이지, 세월호가 당한 참사의 다섯 번째 제삿날은...
‘나라를 세운다’는 의미로 가장 보편화한 말은 ‘세울 건(建)’을 쓰는 ‘건국(建國)’이다.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다’ 등이 바로 그런 예인데, 한 왕조를 새로 세우는 것을 건국이라고 하였다. 근대적 의미의 공화정(共和政) 이전에는 한 가문에서 왕권을 잡으면 그 왕권은 같은 혈통의 후손들에게 세습되었는데, 그 세습을 끊고 새로운...
지난주 목요일 4월 11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날로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처음 사용하여 나라를 세운 대한민국의 건국기념일이다. 일제의 강압 아래 있었지만 우리는 정치, 외교, 국방 등 각 분야에서 일제에 항거하며 우리의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였다. 남의 나라 땅에 수립했기 때문에 비록 표현은 ‘임시정부’라고 했지만...
일본 여행길에서 일본 사람들이 점심을 먹은 후 밥값을 계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적잖이 어색함을 느꼈었다. 친한 친구들이 만나 함께 식사하는 자리로 보이는데 별로 비싸지도 않은 국수 한 그릇씩 먹고서 각자 호주머니에서 돈을 내는 모습이 그다지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이번엔 내가 한턱내지”라는 문화가 있고, 그렇게 한턱내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얼마 전,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의 원인이 무리한 지열발전에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지진이 발생할 위험이 다분히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하면서도 회사의 이익에만 눈이 팔린 나머지 몇몇 잘못된 주장에 근거하여 수립한 엉터리 개발 계획을 관철하기 위해 무리하게 물을 주입하다가 결국은 지진을 일으켜 포항시민에게 엄청난...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맹호연(孟浩然 689-740)은 ‘봄날의 새벽(春曉)’을 이렇게 읊었다. “춘면불각효(春眠不覺曉), 처처문제조(處處聞啼鳥). 야래풍우성(夜來風雨聲), 화락지다소(花落知多少)” “봄잠이라서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자다 보니, 문득 곳곳에서 새 울음소리 들리네. 어젯밤 내내 비바람 소리 들렸으니 꽃은 또 얼마나 졌을까?” 眠:잠잘 면, 覺:느낄 각, 曉:새벽...
침대의 매트리스 안에는 스프링이나 스펀지 따위가 들어 있다. 푹신한 작용을 위해서이다. 지금은 스프링이라는 말이 일반화되었지만, 예전에는 이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탄력이 있는 나선형으로 된 쇠줄”을 용수철이라고 하였다. 용수철은 ‘龍鬚鐵’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용 용’, ‘수염 수’, ‘쇠 철’이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용의...
내 나이 스물 무렵, 어떤 문학 모임에서 “수양버들 봄바람에 머리 빗는다. 언니 생각이 난다”라는 시를 듣고서 크게 감동한 적이 있다. 지금도 봄이 되면 한 번씩 읊조려 보곤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김영일 시인의 시라고 하는데, ‘김영일’이라는 이름이 생소하다. 김지하 시인의 본명이 김영일인데, 혹 김지하 시인이 지은 동시일까? 또 한 분 전라남도 광양 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