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입력 2019-04-25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누가 언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사회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말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뜻으로 쓰고 있다. 욕인 듯 아닌 듯, 핀잔을 주는 말인 듯 아닌 듯이 사용하면서 적잖은 애교도 띠었던 말이었는데 근래에 이 말과 비슷한 변종 속어들이 나오면서 불쾌한 욕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가 도대체 어떤 소리이기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을까?

‘씻나락’은 ‘씨+사이시옷(ㅅ)+나락’ 구조로 이루어진 단어인데 ‘나락’은 ‘볍씨’와 같은 말이다. 그러므로 씻나락은 장차 싹을 틔워 ‘모종 벼’로 사용하기 위해 보관하고 있는 볍씨를 이르는 말이다. 다음 해 농사를 위해서는 씻나락을 잘 보관해야 함은 물론이다. 굶주림에 시달리다 못해 씻나락까지 먹어버린다면 이는 사실상 삶을 포기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소중한 볍씨를 사람이 아닌 귀신이 까먹고 있다니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후손들이 제사를 지내기 위해 제사상을 차렸는데 조상귀신이 내려와 보니 제사상이 허술하여 먹을 게 없으면 고픈 배를 움켜쥐고 광에 가서 씻나락을 까먹는다고 한다. 후손은 차마 씻나락마저 먹어버릴 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제사상을 허술하게 차렸는데 조상귀신은 그 속내도 모르고 광에 가서 자손이 깊이 감춰둔 씻나락을 까먹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귀신의 마음인들 편할까?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했을 것이다. 귀신의 이와 같은 중얼거림을 일러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했다고 한다. 자손을 사랑하는 조상귀신이라면 설령 자신이 굶는 한이 있더라도 자손이 소중히 보관하고 있는 씻나락을 까먹어서는 안 될 것이다. 떳떳하지 못하게 구석에 숨어 씻나락을 까먹으면서 구시렁대는 말이 결코 이치에 합당할 리 없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표현하게 되었다고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다음 주 국내 증시 전망은⋯“엔비디아·연준 그리고 주주총회가 이끈다”
  • 호구 된 한국인, 호구 자처한 한국 관광객
  • 산업용 전기요금 낮엔 내리고 저녁엔 올린다…최고요금 15.4원 인하 [종합]
  • Vol. 2 "당신은 들어올 수 없습니다": 슈퍼리치들의 골프클럽 [The Rare]
  • 물가 다시 자극한 계란값…한 판 7천원 재돌파에 수입란도 ‘역부족’
  • 트럼프 “금리 즉시 인하” 압박에도...시장은 ‘연내 어렵다’ 베팅 확대
  • ‘성폭행 혐의’ 남경주 검찰 송치…지인들 “평소와 다름없어 더 충격”
  •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휘발유 15원↓, 경유 21원↓
  • 오늘의 상승종목

  • 03.1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5,960,000
    • +2.66%
    • 이더리움
    • 3,113,000
    • +2.77%
    • 비트코인 캐시
    • 689,500
    • +2.68%
    • 리플
    • 2,088
    • +2.65%
    • 솔라나
    • 131,900
    • +3.69%
    • 에이다
    • 402
    • +4.42%
    • 트론
    • 423
    • -0.24%
    • 스텔라루멘
    • 243
    • +3.4%
    • 비트코인에스브이
    • 21,810
    • +0.41%
    • 체인링크
    • 13,590
    • +2.33%
    • 샌드박스
    • 124
    • +3.3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