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주년/위기의 토종 사모펀드] 엑시트 늪에 빠진 토종 PEF, 단 한번 투자 실패에도 ‘실력 없는 펀드’ 낙인

입력 2014-10-0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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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산 보유기간 평균 5~7년… 2~3회 사이클 거친 후 평가해야

국내 PEF 관계자들은 현재 PEF 업계가 과도기에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토종 PEF는 운용 경력이 짧고,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나빠졌다. 경영권을 중시하는 특유의 기업문화까지 겹쳐 외국처럼 Buy-Out펀드가 활성화되지 않고 국내만의 PEF 투자 형태가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과 PEF 관계자들은 엑시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투자 실패로 낙인 찍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번 실패하면 끝나는 국내 PEF = 통상 PEF의 진짜 투자 성적을 알기 위해서는 2~3회의 투자 사이클(투자-가치제고-회수)을 봐야 한다. 토종 사모펀드들이 설립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PEF의 연차적인 투자 집행 후 평균 투자 자산 보유 기간은 5~7년이므로 이제 막 첫 투자 성적표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LP들의 불만 중 하나는 국내 PEF 운용 실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 LP 관계자는 “외국 PEF는 역사가 오래돼 전문적으로 PEF 투자 성적을 집계하는 기관이 있고 상당히 정확하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PEF의 투자 성적을 가늠할 수 있는 정확한 데이터도 없고, 한두 번 성적이 좋아도 아직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엄밀히 말하면 아직 토종 PEF 운용사의 실력을 평가하기 이르고, 제대로 가늠할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인수금융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조건이 악화되고 있다. 경쟁 입찰로 인해 소규모 거래에서도 인수 가격이 상승하고 있을 정도다. 또 투자전략 자체만으로 지속적인 고수익 유지가 어려워진 상황이기에 좋은 수익률을 내는 곳이 더욱 드물어졌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문제는 한 번의 투자 실패로 해당 펀드, 나아가 PEF가 거센 비난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다. 투자 실패를 큰 오점으로 평가하지 않는 외국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다.

PEF 자산총액 기준 세계 1위인 텍사스퍼시픽그룹캐피털(TPG)이 대표적이다. TPG는 지난 20008년 70억 달러 이상을 들여 워싱턴뮤추얼에 투자했는데 수조원대의 손실을 보며 LP들과 인수 금융단에 큰 손해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TPG는 이후에도 문제없이 투자에 나서며 메가 펀드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기관계 사모펀드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보고펀드가 LG실트론 투자에 실패해서 큰 비난을 받는 것은 안타깝다”며 “끝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보고펀드는 BC카드, 동양생명, 버거킹 등 성공적인 투자들이 있었다. 하나 투자 실패로 펀드 전체가 문제 있는 것처럼 매도당하니 다른 PEF들도 투자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영권 집착하는 기업문화에 Buy-Out펀드 위축 = 국내 특유의 기업문화도 PEF 성장 장애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오너 중심의 경영권 유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경영권 매각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국내 PEF는 해외 PEF와 달리 경영권 지분 투자 건수가 바이아웃 투자보다 더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지난 2004년 국내 PEF 시장 출범 이후 2009년까지 국내 PEF 투자 사례를 검토한 자료를 보면 바이아웃 투자 비율은 36.8%로 소수지분 투자 56.8%보다 적었다.

토종 PEF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개인이나 패밀리 기반의 오너십에 기반하기 때문에 경영권 매각에 익숙지 않다”며 “구조조정 등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니면 경영권을 내놓지 않기 때문에 PEF 역시 모험 자본을 통해 경영에 참여하는 대신 리스크를 줄이고 한정 수익만 받는 쪽으로 발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기업이 PEF 투자에 나서는 데 소극적이란 지적도 있다. 현재 M&A 시장에서 수요 인수자와 기업을 매각하는 주체는 PEF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놓이지 않으면 경영권 지분을 내놓지 않고 SI(전략적 투자자)로 M&A 시장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금융계열사만 아니면 지분율 30% 이내에서 PEF의 LP로 참여 가능하다. 지분 30% 기준은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편입 심사를 받는 기준으로 사실상 PEF 투자에 규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투자자로 나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M&A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은 PEF가 주로 인수하고 있는 상황인데, 실제 대형 딜에 참여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LP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이런 식의 투자를 하지 않는데, 기업가 정신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Buy-out펀드가 성장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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