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이민정책, 어떻게 펼까

입력 2014-09-1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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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콜리어 ‘엑스더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을 대폭 늘려야 한다.”

이런 주장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옥스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아프리카 경제연구센터 소장인 폴 콜리어는 ‘엑소더스’(21세기북스)에서 이민 접근법을 제시한다. 이 책이 우리에게 특별한 교훈을 주는 이유는 유럽 국가들이 이민 문제로 충분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집필 의도를 ‘어떤 이민정책이 가장 합당한 정책일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영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1950년대 이민 문호를 열었다가 1968년 일부 문을 닫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997년 다시 열어젖혔다가 지금은 또다시 문을 잠그고 말았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민을 받아들이는 나라의 이민에 대한 시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외국인 혐오주의자들과 인종주의자들처럼 이주자들에게 적대적인 시각이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이주가 원주민에게 해롭다는 주장을 펼친다. 반면에 주로 사회과학자를 중심으로는 이주가 모두에게 이롭다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주 반대자의 극단적 주장에 맞서 온 힘을 쏟아 이민 옹호론을 펼친다. 대체로 이민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후자다. 그러나 저자는 기존의 경제학자들과 다른 주장을 펼친다. “이주가 어느 정도 이뤄지는 것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먹으면 비만이 되는 몸처럼 이주 역시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나는 이주를 방치하면 이주에 속도가 붙으면서 과도한 상황이 생길 수 있음을 보일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 담고 싶은 주장은 신중한 이민 정책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 사회에 두고두고 부담을 지을 수 있는 세력이 이주민들이라는 것이다. 이민을 개방할 때 중장기적으로 이주민들이 받아들이는 사회에 동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런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경제적 이유나 인도주의적 이유만으로 이민을 받아들이는 경우 그 후유증은 무척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이주의 사회적 결과는 이주자들이 유입국 사회에 소속감을 느끼는 정도에 좌우된다.

또 하나, 이주민의 규모도 동화의 정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정 국가로부터 적당한 이주는 전반적으로 사회적 편익을 가져오지만 급속한 이주책은 상당한 비용을 초래하게 된다. 저자의 지적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우리가 외국 출신의 어떤 이주자를 받아들일 때 눈에 보이는 어떤 사람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주자들은 사람뿐만 아니라 출신국에서 만들어진 도덕률도 갖고 들어온다. 저자는 신뢰 기반이 취약한 나이지리아 사람들이 유럽 사회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민 정책을 성공시킨 사례로 미국을 들 수 있다. 미국은 이주자와 그 자녀들에게 새로운 사회 규범을 받아들이게 하는 데 성공을 거뒀다. 미국에서 자란 이주자의 자녀들은 십중팔구 미국적 가치에 동화된다.

이주자 규모를 적절히 관리하는 일과 이주자의 동화 가능성이라는 문제를 충분히 고려해야 이민 정책에 성공할 수 있다. 우리 사회도 이제 이민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앞서 오랜 이민 역사를 가진 나라들의 경험과 이 책과 같은 연구서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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