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의 성공조건] 정부 ‘코드 맞추기’ 한계…민간 주도로 전환해야

입력 2014-09-1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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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금융’ 전철 밟지 않으려면 자본시장 기능 확대해야

기술금융은 기술력 있는 신생 기업이 담보 없이도 금융권으로부터 사업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확대하고자 함이 골자다. 그만큼 기업과 은행의 상생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최근 기술금융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면서 은행들이 관련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전 정권인 이명박 정부의 녹색금융처럼 기술금융이 현 정권에서 반짝하고 사라질 것이라는 냉소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기술평가 시스템을 강화하고 민간 주도로 기술금융을 추진할 수 있는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 연내 기술 관련 데이터베이스(DB) 1000만건 제공… 기술평가 시스템 활용이 관건 =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은행들이 기술평가 시스템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즉 시중은행들이 전체적인 기술을 평가하는 인력, 조직 등 체계를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기술기반 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술정보 데이터베이스(TDB) 시스템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갔다. TDB는 금융기관의 여신 심사와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기술신용 평가 시 필요한 기술 동향과 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TDB는 32개 민·관 협약기관으로부터 수집한 기술·시장정보 등 약 400만건의 정보가 담겨 있으며, 금융위는 올해 안에 1000만건 이상의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은행들의 기술평가 시스템은 일부 시중은행을 제외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신설한 IB지원부 내 기술평가팀을 지난 7월 확대·개편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기술평가 시스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주요 업종의 산업현장 기술전문가 6명으로 기술평가팀을 신설한 이후 평가 수요가 많은 기계, 금속, 화학 등의 분야에 4명을 추가 채용해 현재 총 10명의 기술평가 전문인력을 운용 중이다. 영업점에서는 기업 고객수가 많고 여신 규모가 큰 공단형 영업점을 중심으로 IP(지식재산)·기술금융 거점점포 20개를 선정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산업기술평가팀 10명, 기술전담심사역 24명 등 전담인력 34명을 배치해 은행 내 기술금융역량 강화와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하반기에도 기술금융 지원과 투자 확대를 위해 종합 지원 상품인 창조금융 대출 패키지를 마련, 연말까지 88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해당 상품의 실적 평가를 KPI체계에 새롭게 추가하고 취급액의 최대 150%까지 영업점 실적으로 인정하는 등 성과평가체계도 변경하기로 했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여신심사부와 중소기업부, 상품개발부 등에서 유기적으로 기술평가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으며 농협은행은 기술평가 시스템 구축을 위해 준비 중이다.

◇민간 주도로 전환하고 자본시장 기능 확대…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한 추가 대책 마련해야 =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금융처럼 기술금융이 반짝하고 사라지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위험을 감수하고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유인이 적어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정부 코드 맞추기식 콘텐츠인 녹색금융은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하고 이듬해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주목받았다.

고객이 정상적인 금융활동을 하면서 금융회사의 자금운용과 기업의 경영활동이 친환경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금융상품을 내놓으면서 시중은행은 한목소리로 녹색금융을 경영 목표라고 외쳤다.

그러나 녹색금융은 2009년 4월 은행, 증권, 보험 등 전 영역의 금융사가 모여 녹색금융협의회까지 만들었지만 경제 상황 악화 등으로 금융기관의 관심에서 멀어져 2012년부터 신상품 출시도 뜸해진 상태다.

송두한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금융연구실장은 “기술금융은 단순하지 않고 잠재부실 가능성도 크다”며 “은행이 기술평가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는 기술금융이 활성화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특히 정부 주도의 기술금융 정책이 민간 주도로 전환되는 국면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송 실장은 “기술금융은 무형자산의 성장성을 보는 것으로 일반 중소기업 대출과 다른 면이 많다”며 “시중은행들이 전문성, 인력, 조직, 정책 등 전체적인 기술평가 시스템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대출순환구조를 탈피하려면 여신기반에 의존하기보다 자본시장을 통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술금융 펀드, 기술금융 거래 등 기술금융을 판매하고 거래하는 시장을 통해 기술금융의 자본시장 기능을 확장, 중장기적으로는 기술금융 비즈니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 실장은 “특정 기술이나 산업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체계를 도입해 기술보증기금에 중첩된 기능을 나눌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기술금융이 초기 단계인 만큼 시중은행들이 독립적인 구조를 갖추는 것이 우선돼야 기술금융이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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